변협, 변호사 연수 200명 제한 논란.."기득권의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

전광준 2021. 4. 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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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중 200명에게만 실무연수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0명으로 변협 연수 인원이 제한될 경우 500명 안팎의 변시 합격자들이 갈 곳이 없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변시에 합격한 한 변호사도 "명백한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변협이 자체적으로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일 수 없으니 간접적인 방법으로 변호사 수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 300~400명 가까운 변시 합격자들이 연수를 못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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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중 200명에게만 실무연수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변호사 연수 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직역 이기주의에 따른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변협은 23일 누리집 공지를 통해 “변시 합격자 연수 내실화를 위해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정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 마감되는 연수 신청 때 신청 인원이 200명을 넘으면 연수 대상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겠다는 예고도 했다. 그동안 변협 연수는 변시 합격자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변협의 조처는 논란이 예상된다. 변시 합격자는 6개월 동안 국회나 법원, 검찰,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이나 변협에서 실무 연수를 받아야 한다. 연수를 받지 못하면 변호사 자격증만 있을 뿐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변호인 접견 및 수사기관 조사 참여를 할 수 없다. 변시 합격자들이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변협을 제외하면 약 1천명으로 한정돼 있다. 매년 1500~1700명 안팎인 변시 합격자들이 변협 연수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변시 관리위원회는 지난 21일 올해 변시 합격자 수를 1706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변협은 이번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신규 변호사 대량실업 사태 초래’를 이유로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변협이 이번에 ‘연수 인원 200명 제한’을 밝히고 나선 것을 두고 ‘자신들의 이런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우회적인 방식으로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2년 변협에 연수를 신청한 변호사 수는 436명이었으나 지난해 789명으로 늘었다. 200명으로 변협 연수 인원이 제한될 경우 500명 안팎의 변시 합격자들이 갈 곳이 없게 되는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변협의 이런 실력 행사를 두고 ‘사다리 걷어차기’란 비판도 나온다. 변시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 변호사는 “10년 가까이 수습제도를 운영한 변협이 지난해 비해 연수 인원을 1/3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신규 진입자를 자리 잡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변시에 합격한 한 변호사도 “명백한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변협이 자체적으로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일 수 없으니 간접적인 방법으로 변호사 수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 300~400명 가까운 변시 합격자들이 연수를 못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23일 변협 누리집에 올라온 연수 인원 제한 공지. 변협 누리집 갈무리

올해 치뤄진 10회 변시 합격자들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는 ㄱ(27)씨는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려는 ‘꼼수’이자 ‘밥그릇 지키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0회 변시 합격자 ㄴ(28)씨는 “합격해도 ‘낭인’을 만드려는 시도다. 사실상 변시 주장처럼 1200명만 시장에 내보내려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며 “6개월 수습 기간 동안 최저임금도 안 주며 부려먹는 ‘블랙로펌’을 피하기 위해 변협 연수를 신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결국 블랙로펌만 이롭게 만드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변협은 연수생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협은 지난달 15일 성명서를 내어 “법무부가 2020년 아예 국고보조금을 중단했다. 합격자들이 약 60만원의 자비까지 들여 변협 연수를 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변호사 연수 관리지도관 수는 연수생 수보다 수백명이나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어나는 변호사 수에 비례해 법률사무종사기관의 연수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대표는 “더 많은 신임 변호사들이 공익 실현을 위해 수습 기간에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연수 봉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는 법률사무종사기관 연수 정원을 늘리는 한편, 연수생 수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변협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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