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이남자 이여자', '공정성' 프레임을 거부한다"

2021. 4. 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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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 "기후위기, 불평등 등 우리 시대 보편적 문제가 청년의 문제"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보수양당은 페미니즘을 탓하며 청년 간 대결을 부추기지만 청년들이 겪고 있는 진짜 삶의 문제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공정성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이남자, 이여자'나 '2030의 공정성 선호'와 같은 세대론적 틀로는 청년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위기, 불평등, 차별과 같은 보다 보편적인 사회문제가 청년의 삶을 어렵게 하는 진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을 한 청년들은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세대론적 담론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여성, 노동, 교육 등 분야 20여개 청년단체로 구성된 '청년‧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는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세대와 마찬가지로 청년 역시 일을 하고 세 들어 살고, 성별, 성 정체성,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는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며 "청년세대가 겪는 문제는 청년세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청년들은 기후위기 등 전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세상은 우리를 세대의 틀에 가두려 하고 있다"고 했다.

원탁회의는 "세대론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활용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모습은 최근 재보궐선거 이후 '이남자, 이여자' 프레임으로 또다시 되살아났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청년세대가 처한 사회적 조건, 자본주의, 기후위기, 비정규직 확산, 젠더 차별, 소수자 차별, 자산과 교육의 불평등을 말하지 않는 허구적 정치행위를 중단하라"며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사회위기가 우리가 놓인 조건이고 점차 강화되는 혐오와 차별의 합리화가 우리 고통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이 바라는 건 공정? 경쟁 못 뛰어드는 청년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청년이 바라는 건 공정'이라는 담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사회가 교육을 통해 청년들에게 시험 성적에 따른 차별 대우를 익숙한 구조로 만들어놓고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현 활동가는 "'청년들이 시험 성적에 따른 차등 대우와 공정한 경쟁에 동의한다'고 이야기한다"며 "그러나 이는 청년들의 모습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공현 활동가는 "사회와 학교에서 그게 옳은 거라고, 시험 성적에 따라 줄 세우고 차별해야 한다고 가르치니 청년들은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며 "점점 커지는 불평등과 격차 속에서 공정한 경쟁과 같은 거라도 지켜져야 자기 삶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불안해하고 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또 애초 그런 경쟁에 뛰어들 자원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대학에 가지 않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학벌을 가진 청년들, 소수자인 청년들이 차별과 불평등이 해소되길 원한다고 해도 사회에서 이를 청년의 목소리라고 귀 기울여 주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현 활동가는 "이 사회에서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가진 사람들은 '청년들이 원하는 건 공정성'이라는 핑계를 대며 이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야 한다"며 "그 말은 청년을 핑계로 이 사회의 숱한 문제를 가리고 지금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소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청년 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가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오는 30일 청년 1000인 시국선언을 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청년 목소리 모아 시국선언할 것"

기후위기, 젠더, 소수자,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도 각각의 의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의 파도 앞에 모두가 똑같은 배를 타지는 않았다"며 "종말로 가는 세대는 지금의 청년들이기에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데 대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노학연대 모임 '가시'에서 활동하는 문봄 씨는 "청년 여성으로서 해결되지 않는 가부장제에서 살 앞날이 막막하다"며 "기존 정치가 성차별의 근본 원인인 가부장제를 말하지 않고 표를 위해 페미니즘을 말하는 이상 여성의 삶은 개선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탁회의는 위와 같은 목소리를 모으고 다듬어 오는 30일 청년 1000인이 참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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