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느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일본은 '부동산 안보' 추진

고성민 기자 2021. 4.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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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계속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상황을 겪는 일본이 ‘부동산 안보’ 관점에서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외국인 부동산 투자를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제주도 시내 전경.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는 전년 대비 1.9%(468만㎡) 증가한 총 253.3㎢로 조사됐다. 외국인의 국내 토지 매입 증가율은 2015년 9.6%를 찍은 이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감소한 적이 없다 보니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 면적은 여전히 넓어지는 상황이다.

보유 면적을 기준으로 국적을 살펴보면 미국인이 외국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 가운데 52.6% 면적을 보유해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인 7.9%, 유럽인 7.2%, 일본인 7.0% 순이었다. 이외 기타국 외국인이 25.3%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 전체 중 18.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남(15.4%), 경북(14.3%), 강원(9.0%), 제주(8.6%) 순이었다. 용도는 임야·농지가 전체 66.3%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는 국내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다. 전체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킨 주범이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쉼없는 매수세와 내국인 수요자와의 대출 형평성 논란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면 우리 국민의 해외 부동산 취득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하지만, 꼭 필요한 규제는 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바로 옆 일본에서 최근 ‘부동산 안보’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군사·전략적 요충지나 필수기반시설 인근의 부동산 투자를 제한하자는 논리다. 이는 지난해 10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영토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공안위원회에 법률 제정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국가공안위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공안위는 자위대나 미군 기지 등 방위 시설 인근 토지와 국경 낙도를 외국인 토지 매수 제한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자력발전소와 해저케이블 육양국(해저케이블을 육지에 구축된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시설), 공항 등 국가의 핵심인프라 시설 인근 토지도 안보상 중요 시설로 정의했다. 아울러 토지뿐 아니라 안보 시설을 고층에서 감시·정찰할 수 있는 건축물도 규제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봤고, 핵심 방위 시설 인근에서는 소유주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외국인이 들어올 때 규제를 해야한다고 봤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보고서를 토대로 법안을 조율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런 법률이 검토되는 배경에는 중국인 투자자의 토지 매입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문 매거진 ‘디플로마트’는 2017년 중국 투자자들이 홋카이도에서 2400헥타르(ha) 이상의 산림과 약 4000ha 토지를 매수하며 일본 내부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인들이 도마코마이(홋카이도의 공업도시), 구시로 항만 등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과 항공자위대 치토세 공군기지와 인접한 토지 등을 매입하며 반발이 컸다는 것이다. 홋카이도는 북극해와 가까워 일본으로서는 군사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일본은 한국 자본의 토지 매입에도 반발한 적이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2017년 대마도에 한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한국 자본이 해상자위대 기지 인근 토지를 사들여 리조트를 건설했고, 한국인이 민박집 5채를 매수해 영업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안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제주에선 외국인이 1만5431필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중 73%(1만1267필지)가 중국인 소유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토지 취득을 허가제로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기반시설이나 건축물 규제는 없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이 최근 부동산 안보를 확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일본의 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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