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식 열풍 피할 수 없는 흐름..매일 4시간씩 공부 필수" [스물스물]

김금이,명지예 2021. 4. 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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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연세대 가치투자 동아리 인터뷰
주말마다 온라인 세미나
종목 분석에 질문 열기 뜨거워
"실전 경제 공부..전공보다 재밌어요"
지난 10일 오후 진행된 연세대 가치투자학회 YIG 정규 세미나 화면캡쳐 [김금이 기자]
"이 기업은 자동차 램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규 진입도 어려운 시장이라 앞으로 현대차를 따라서 클 수 있다고 봅니다."

"재무제표에서 영업이익이 2배 넘게 올랐는데 일시적인 현상인지 앞으로 더 늘어나는 추세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연세대 가치투자학회 YIG의 온라인 세미나에선 대학생들의 열띤 발표가 이어졌다. 10쪽이 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엔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분석과 개별 기업 소개가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었다. 20여분간 진행된 한 팀의 발표가 끝나자 다른 부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YIG는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정규 세션에서 이같은 종목 분석 리포트를 발표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회장 노동현 씨(경제학과 14학번)는 "4명 정도가 한 팀으로 2주에 한 번씩 25쪽 분량의 종목 분석 리포트를 쓰고 있다"며 "세번째 발표엔 현업 선배들을 모셔서 평가도 받고, 신입기수들은 별도의 교육세션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주식 열풍이 불면서 주식동아리 문을 두드리는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YIG의 올해 지원 경쟁률은 3대1을 넘었고, 코로나 초기엔 4대1까지 올랐다고 한다. 대부분 3~4학년들이 주축으로, 학업과 취업준비만으로도 바쁘지만 자기 계발을 위해 동아리까지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 차트 아닌 기업 전망 공부…적중한 종목도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리스크(RISK) 역시 평소 40명대인 지원자가 작년 2학기부터 50명대로 늘었다고 한다. 리스크도 토요일마다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리서치 팀에 속한 부원들이 월요일부터 어떤 종목을 분석할지 정한 후 금요일까지 보고서와 PPT를 제작해 최종 발표하는 식이다. 리서치팀 외에 시장과 산업 전반을 분석하는 BMW팀, 4000만원 규모의 학회 펀드를 운용하는 PI팀 등 총 세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리스크 부원 이정환 씨(26·가명)는 "대부분 부원이 18학점 정도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도 매일 4시간씩 시간을 내 주식 공부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인터넷이나 뉴스를 관심있게 보다 보면 산업 생태계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들 동아리의 주목적은 단순히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실전 경제 공부에 가깝다. 경쟁을 뚫고 들어온 신입 부원들은 약 한 달간 기초 재무회계지식과 가치평가이론 등에 관한 교육을 거치며 지식을 쌓는다. 이씨는 "주식 차트나 거래량을 보고하는 기술적 투자보단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 펀더멘탈을 분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YIG 회장 노씨는 "최근 한 바이오 기업이 백신 관련주로 주목받기 전에 동아리 운용팀에 속한 약대생이 펀드 편입을 계속 주장했었다"며 "백신을 예상한 건 아니고 개발플랫폼의 수익성이 좋다고 꾸준히 추천했는데 호재가 나와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전공보다 주식이 더 재밌어요" 인턴·학업까지 병행

공대생인 이씨는 본래 전공과 관련은 없지만 작년부터 주식에 빠져 증권사 취업을 목표로 인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자기 계발도 계속해야 하고 불확실성이 큰 직업이지만, 공무원 타입보단 계속해서 실적을 내며 희열을 느끼는 일이 맞다고 느꼈다"며 "전공과목엔 흥미가 없어서 회사에 출근해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씨 역시 "경제학에 경영학을 부전공했지만 딱딱한 이론만 배우는 것 같고 현실과 연결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주식 투자를 하다 보니 회계나 재무 지식을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고, 주가로 나타나는 피드백과 실제 수익이 빠르게 돌아온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실제로 2018년 초부터 투자를 해오다 지난해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수익률이 -30%까지 내려갔지만, 코스피가 반등하며 한때 100%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는 "작년엔 주도주를 따라 타는 전략이었지만 올해는 변동성이 심한 시장이라 많이 조정받은 종목 중 괜찮은 것을 찾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투자 열풍은 금융 선진화…피할 수 없는 흐름"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RISK [사진 제공 = RISK]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투자에 앞서 근거와 원칙에 관한 공부가 필수적이란 점이다. 노씨는 "요즘 비트코인에 너도나도 투자하거나 투기식으로 상한가 따라잡기를 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며 "주식 자체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데 작년은 위험이 적고 수익은 잘 나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문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주식 투자 자체는 지적으로 재밌는 활동"이라며 "요즘 상황에 재테크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부동산, 주식, 코인 다 본질은 똑같은데 기성세대에선 부동산은 투자고, 주식은 도박이고, 코인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은 금융소득 없이는 유의미한 부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가 됐고 정보 측면에서 가장 투명한 분야가 주식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이 주식을 시작하는 건 금융 선진화라고 볼 수 있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20대를 위해 마련한 코너인 스물스물이 전국 대학동아리 소개에 나섭니다. 경영·경제·금융 관련 뿐만 아니라 문화·기부·봉사 등의 활동을 하는 대학동아리의 활약상을 스물스물이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우리 동아리의 활동을 알리고 싶다면 스물스물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대학동아리의 현장에 스물스물이 찾아가겠습니다.

[김금이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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