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 vs '하루 왕창' 술, 뭐가 더 위험할까

이은지 2021. 4. 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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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4월 23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이환철 성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코로나19로 술자리는 많이 줄어들었는데, 술 소비는 늘었습니다. 지난해 가구당 주류 구매액이 2019년보다 13.7퍼센트 늘었는데요. 두 자릿수 증가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술 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다수가 함께 마시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 혼술족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문화, 자칫 알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로 찾아 온 홈술 문화, 알콜 중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이환철 성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환철 원장(이하 이환철):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홈술, 혼술이 알콜 중독에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요?

◆ 이환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혼술, 홈술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마시다보면 집이니까 아무래도 복장이나 자세도 편안하게 마시게 되고, 늦기 전에 집으로 가야 하는 걱정도 없고, 술값, 안주값 등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으니 과음하는 경우가 자주 있고요. 요즘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등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할 일도 많지 않고, 집 밖에서 마실 때보다 술마시고 실수해도 걱정되지 않고, 그러니 과음을 많이 하게 되고요. 또 집에서 마실 때는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 영화 등을 보면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자신이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는 모르고 많이 마시게 되고, 자주 마시게 되니 알콜 중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퇴근 후 맥주 한 캔은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렇게 소량도 위험할 수 있는 건가요?

◆ 이환철: 퇴근하고 나서 가끔 한 두 캔 정도 마시는 거야 괜찮은데, 조금씩 자주 마시는 음주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성 음주가 되고요. 매일 마시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고요. 이런 음주가 단기간 내 건강을 해치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마시다 보면 음주량이 늘고 내성이 생기고, 술을 안 마시는 날보다 마시는 날이 더 많아지면 알콜 중독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봐야죠.

◇ 최형진: 술 한 잔 마시면 잠도 잘 잘 수 있고, 건강에는 더 좋다, 이렇게 주장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술 마시면 잠이 잘 오긴 합니다. 영향이 있는 건가요?

◆ 이환철: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 잠이 드는 시간 '수면 유도 시간'은 줄어듭니다. 그런데 수면의 질적인 면을 저하시켜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중간에 자주 깨고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도 않고 피로가 풀리지도 않고요.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게 되면 습관적으로 마시게 되니 양도 늘고, 안 마시면 못 자게 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고요. 가끔 마시는 건 몸이 이완되고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주 마시는 건 위험하다고 볼 수 있죠.

◇ 최형진: 일단 자주 마시는 게 안 좋고 위험합니다.

◆ 이환철: 그렇죠. 습관이 되니까요.

◇ 최형진: 스스로 알콜 중독인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이환철: 인터넷을 보더라도 알콜 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표가 여러 가지 있는데요. 내용이 얼마나 술을 자주 마시는지, 많이 마시는지, 해장술을 마시는지, 술 마시면 죄책감이 드는지, 필름 끊긴다는 '블랙아웃'이 자주 발생하는지 등인데요. 그것보다 음주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생활, 가정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 대인관계나 법적인 문제가 자주 반복해서 생기는 정도가 되면 음주 조절 능력이 상실해간다고 볼 수 있고요. 이렇게 더 진행되어서 신체적 의존이 생기게 되면 음주량을 줄이거나 끊을 때 몸이 떨리고 불안하고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등 금단현상이 나타나게 되죠. 그럼 빨리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가장 큰 두 가지가 음주조절능력이 있는지, 금단 증상이 생기는지 등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원장님, 많은 알콜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이고, 저도 이 부분 굉장히 궁금한데요. 한 청취자님께서 '지금 원장님 하시는 말씀이 제 얘기 같네요. 퇴근하고 남편하고 밤마다 맥주 500ml을 한 캔씩 마시는 게 습관이 됐는데, 건강검진을 해보니 둘 다 지방간 수치가 쭉 올랐어요. 매일 소량을 먹는 게 괜찮습니까. 아니면 몰아서 한 번에 마시는 게 좀 더 낫습니까'라고 하셨습니다. 둘 중에 고르자면요?

◆ 이환철: 둘 다 안 좋은데, 제일 중요한 건 음주량이죠. 음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일주일을 놓고 평균을 내보면,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과 매일 마시는 것 중에 어떤 게 음주량이 많은지 봤을 때 양이 많은 게 위험하고요. 또 한 가지는 매일 마시다 보면 그냥 그대로 마시다 보니 내성이 생겨서 양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고요.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게 습관성이 되니까요. 습관적으로 마시다 보면, 별일 없어도 당연히 마셔야 하는 것처럼 마시다보면, 이게 위험할 수가 있는 거죠.

◇ 최형진: 그런데 알콜 중독인 경우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가족 등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 이환철: 대개 알콜 중독 환자 분들이 자신은 음주 문제가 없다고 부정하죠. 그런 사람들이 많고요. 자신은 언제든지 술을 끊을 수 있다,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요. 한 2-3일 정도는 술을 안 마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이상을 안 마시기는 좀 어렵고요.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고 자신의 음주를 합리화하고 자신이 술 마시는 이유가 누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실 수밖에 없다고 남 탓하는 환자 분이 많은데요. 부정, 합리화, 남 탓으로 투사 등을 중독성 사고라고 하고요. 이런 중독성 사고는 알콜 중독뿐 아니라 다른 중독 환자 분들에 대해서도 자주 볼 수가 있습니다.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음주로 인한 여러 가지 법적, 경제적 문제가 자주 생기고요. 주변 친구나 동료들이 음주 문제를 지적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환자 분이 집이나 직장에서 몰래 감춰놓고 드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술 냄새가 뻔히 나는데도 안 마셨다고 거짓말하고, 성격이 차츰 변하게 되죠. 예민해지고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하고요.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 경우에는 알콜 중독을 의심할 수 있는 거죠.

◇ 최형진: 가족이나 주변의 권유로 알콜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까? 아니면 스스로 알콜 중독을 고치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가요?

◆ 이환철: 다른 정신과에서도 비슷하겠습니다만, 알콜 중독 치료를 받기 위해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8대2 정도로 가족이나 주변 권유로 오시는 경우가 많고요. 소수 분들이 자발적으로 오시는데, 이런 분들은 대개 음주 때문에 여러 가지 법적인 대인관계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으로 힘드니까 치료 받기 위해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 최형진: 알콜중독이라고하면 입원을 해서 치료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하는데 일상 생활하면서 약물 치료 등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운가요?

◆ 이환철: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알콜 중독 환자 분들이 병원에 처음 내원하시면 외래 통원 치료를 권유합니다. 치료를 계속해서 호전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신체적 지병이 없고 금단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약물 치료로 항갈망제, 술 먹고 싶은 생각, 충동을 낮춰주는 것과 항불안제, 항우울제, 금단증상 완화제, 고함량의 비타님 등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해서 통원치료를 많이 하고요. 이런 통원치료의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을 때, 입원 치료로 변경되기도 하죠.

◇ 최형진: 완치가 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려요?

◆ 이환철: 자주 질문을 하시는 부분인데요. 알콜 중독 치료에 있어서 완치라는 개념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고혈압, 당뇨병도 완치라는 개념이 없고, 계속해서 혈압과 혈당을 조절해가는 거죠. 알콜 중독에서 완치라고 보자면, 완전히 상실된 음주조절능력이 다시 생겨서 다른 정상인들처럼 건강하게 음주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완치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건 굉장히 어렵죠. 그리고 환자 분들 중에서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서 호전이 되면 자신이 나는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을 거란 호기심, 착각을 갖게 되어 처음에 한잔 두잔 조금씩 마셔보죠. 그러다가 차츰차츰 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 가버리니까, 이런 분들 때문에 재발율이 높은 것이고요. 음주조절능력은 한 번 잃었다고 하면 다시 생기지는 않고, 끝까지 단주를 유지하는 길밖에 없다고 봐야 합니다.

◇ 최형진: 알콜 중독 초기가 있을 것이고, 중기 등 더 심한 상태가 있을 텐데요. 알콜 중독 초기에 진입한 분들은 빨리 병원에 가면 치료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나요?

◆ 이환철: 당연히 다른 질환처럼 알콜 중독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빨리 호전되고 치료 효과가 좋죠. 알콜 중독을 진행성 질환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는데, 진행된 상태에서는 치료 예후가 안 좋고, 본인이 혼자 빠져나오기는 어렵죠. 늪에 빠졌다는 얘기도 하는데요. 자기도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고 점점 늪에 빠지는 것처럼 진행되면 될수록 치료 예후는 좋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 최형진: 중요한 질문입니다. 장시간 걸린다는 이미지 때문에 치료비가 많이 나올까봐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알콜 중독 치료도 의료 보험이 됩니까?

◆ 이환철: 당연합니다. 통원치료를 하든 입원치료를 하든 당연히 의료 보험 적용이 되고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큼 비용이 많지 않습니다. 통원 치료는 한번 오시면 몇 만 원 내로 가능하시고, 입원 치료도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 최형진: 청취자님 질문입니다. '술을 일정 이상 마시면 그 이후에는 끊임없이 마시게 됩니다. 자주 마시는 건 아닌데 한 번 마실 때마다 많이 마시게 되는데요. 이것도 알콜 중독으로 봐야할까요?' 이렇게 술이 술을 먹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 이환철: 그렇죠.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알콜 중독은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죠. 그런데 의학적으로 보면 '알콜 사용 장애'라는 진단명을 사용하고요. 알콜 사용 장애 안에 두 가지로 알콜 남용과 알콜 의존이 있습니다. 보통 얘기하는 심한 상태를 알콜 의존이라고 하고요. 지금 사연 주신 분은 알콜 남용 상태, 매일 마시고 금단 증상이 생기는 정도는 아니신데, 알콜 남용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게 더 진행한다면 알콜 의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음주 조절을 해보시고 안 되시면 치료를 받으셔야죠.

◇ 최형진: 오늘 상담 많이 들어오는데요. 한 가지만 짧게 여쭤보겠습니다. '체질 상 못 먹는 사람이 있는데, 술 먹는 체질로 바뀔 수가 있나요?'

◆ 이환철: 대개 알콜 중독 환자 분들은 술을 잘 마시는 분들이 됩니다. 못 마시는 분들이 중독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요. 동양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알콜 분해 능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잘 못 마시고, 그 중에서 특히 더 못 마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술을 마시면 는다, 트레이닝이 된다고 해서 주량이 조금씩 늘기도 하는데요. 이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고, 주량이 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술 분해 능력이 좋아진 것은 압니다. 몸에는 더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고요. 체질이 바뀐다기보다 자꾸 마시다보니 주량이 늘긴 하는데, 체질이 바뀌어서 분해 능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고 해를 끼치게 되는 거죠.

◇ 최형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환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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