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교란? 음원상 권위 떨어뜨리는 팬덤 편법 순위 언제까지 [뮤직와치]

박은해 2021. 4. 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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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일까. 음원 차트를 교란하는 일부 팬덤 편법 행각이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4월 22일 가온 디지털차트 2021년 16주 주간 순위가 공개되자 강다니엘 신곡 'Antidote'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Antidote'는 지난 4월 13일 발매된 강다니엘 세 번째 미니앨범 'YELLOW' 타이틀곡으로, 가온지수 5437만 8817점을 기록해 2021년 16주 가온 주간차트 1위에 올랐다. 음원 강자 아이유의 '라일락' ,역주행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 '롤린'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가 운영·관리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가온차트는 국내 온라인 음원 업체와 주요 음반 유통사의 음원, 음반 판매량을 주간 단위로 집계해 발표한다. 가온차트는 월평균 20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유료 음악서비스 이용자 97% 이상의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음원사이트 중 가장 점유율이 높은 멜론 24hits 차트에 들지 못한 음원이 어떻게 24hits 최상위권인 아이유, 브레이브걸스를 꺾고 가온 디지털 주간차트 1위에 오를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 음원 인기와 가온차트 간 괴리를 유발한 가장 유력한 이유로 음원 사이트 지니 순위가 꼽혔다.

'Antidote'는 다른 음원 사이트 순위에 비해 지니 차트 순위가 눈에 띄게 높았다. 지니는 음원 다운로드 후 탈퇴하고 재가입하는 방식으로 차트 순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팬들이 사이트 운영 정책 허점을 이용해 음원 순위를 높였다는 추측이다.

가온차트는 매출 중심의 차트로 대부분 이용자들이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인 스트리밍보다 다운로드, BGM 등에 부과하는 가온지수가 높다. 서비스별 가치를 가격에 두고, 높은 성적은 곧 매출이라는 시각이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유지되는 멜론 차트와 달리 팬덤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점유율 높은 멜론 차트 순위와 가온 차트 순위가 'Antidote'처럼 큰 괴리를 보인 적은 처음이기에 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물론 규모가 큰 아이돌 팬덤은 자체적으로 음원 총공팀 혹은 서포터즈를 꾸려 음원차트 순위 유지에 힘쓴다. 가온차트 반영 비중이 높은 음원 다운로드, BGM 구매를 장려하는 일도 흔하다. 초동 판매 기록을 위해, 앨범을 구매하는 것처럼 높은 음원 순위라는 기록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좋은 성적을 선물해 주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음원 차트와 대중 간 괴리가 일어난다면, 팬덤이 시간과 돈을 쏟아부은 탓에 실제 인기있는 음원을 발매한 가수가 음원상을 수상하지 못한다면. 그래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저 열심히 한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온뮤직어워드에서 수여하는 월별 음원상은 심사위원 평가 항목 없이 스트리밍, 다운로드, BGM 판매량 등 수치로만 수상자를 결정해 공정성을 인정받았다. 오직 음원 성적으로만 주는 상이기에 음원 사재기 이슈가 발생하면서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지만 여전히 권위있는 상인 것은 분명하다.

강다니엘 'Antidote'는 2021년 16주 가온차트에서 가온지수 5437만 8817점을 달성해 4월 음원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는 멜론 차트 개편 후 가온지수 사상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 2위는 MBC '놀면 뭐하니?'에서 결성돼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한 싹쓰리와 환불 원정대 음원이었다. 이변이 없다면 강다니엘이 전체 음원 사이트에서 고르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다비치 '그냥 안아달란 말이야'를 제치고 4월 가온 음원상을 수상할 전망이다.

국내 음원사이트는 특정 팬덤에 의해 음원차트가 단시간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멜론은 실시간 순위와 그래프를 없애고 24시간 기준으로 음원 이용량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24hits 차트로 개편했다. 사이트 아이디 무한 생성, 탈퇴 후 재가입 음원 다운로드 등을 제한했다. 지니도 아이디 무한 생성의 폐단을 인지하고 개편을 통해 이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퇴 후 재가입 다운로드라는 편법을 이용해 음원 차트를 교란하는 일부 팬덤의 행각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세계적 인기를 자랑하는 방탄소년단도, 현 남자 솔로 가수 중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한 임영웅도 멜론 차트와 가온 디지털 차트가 이토록 심한 괴리를 보이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초동 판매량으로 가늠되는 큰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도 멜론 24hits 차트에 들지 못한 상태에서 가온지수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적은 없었다.

다른 팬덤도 탈퇴 후 재가입 다운로드로 가온차트 순위를 높이는 방법을 알고 행했지만 이토록 심하게 편법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얻은 기록이 결코 영광스러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음원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일부 팬덤의 자정과 음원 사이트 제도, 가온차트 집계 시스템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가온차트)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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