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확진자 800명 턱밑, 언제 터질지 모를 비상상황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일 확진자 수가 1천 명대로 올라설지도 모를 지경이다. 백신 접종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97명이다. 이달 들어서 5번이나 700명대를 기록한 것이다. 신규 확진 규모는 지난달 만해도 300~400명대를 유지했으나 달이 바뀌어 500~600명대로 늘더니 이제는 네 자릿수대를 넘본다. 최근 추세를 보면 주말·휴일 검사 건수 감소로 주 초반까지는 주춤하다가 중반부터 더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미 전국적인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의 상단을 넘었지만, 그럴 경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닥칠 광범위한 피해를 살펴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막으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우리 사회의 방역 역량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라선 형국이다.
이날 신규 확진 규모는 3차 대유행이 작년 12월 말 정점을 찍고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106일 만의 최다 기록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중순 본격화한 3차 유행의 여파가 잠잠해지기 전에 4차 유행이 시작된 양상으로 평가된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제사 등 가족·지인 모임을 매개로 한 집단 감염, 음식점과 노래방 관련 확진자 수 증가 등이 눈에 띈다. 감염 가능성이 커 늘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겠지만, 한순간 방심이나 실수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모양이다. 해군 함정에서 근무하는 장병 30여 명이 무더기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군 간부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의 확진에 따른 확산이라고 한다. 마음을 놓기 쉬운 가까운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노래방과 함정 같은 밀폐 정도가 높은 장소에서 일상 방역을 더욱 꼼꼼히 실천해야 할 때다.
최근 확산세의 특징으로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2주간 통계에 따르면 3명 중 1명꼴로 언제,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역 사각지대가 여전히 꽤 많은 셈이다. 관리와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거리두기 단계 상향 압박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확산 급증세가 아니고 아직 병상 등 의료 여력이 충분해 거리두기 단계 격상 없이도 실효성 있는 정밀 조치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뚜렷한 상황 타개책을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4차 유행의 특성은 특정 중심 집단 없이 전국적으로 중소 규모의 감염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현행 거리두기 단계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의 조치가 효력을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잠복 감염이 만만치 않은 현 상황은 한순간에 폭발적인 확산세로 비화할 가능성을 늘 품고 있다.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대비한 당국의 치밀한 대책이 늘 준비돼 있어야 할 이유다.
4차 유행 본격화 가능성이 지속하는 국면인데도 백신 접종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확보한 백신의 국내행을 앞당기고 접종을 신속히 진행하는 일은 기본이고, 만약을 대비한 추가 확보가 긴요해졌다. 미국 등 백신 주도국의 공급 제한이 현실화하고 국제사회에 '백신 이기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도입 검토에 들어간 러시아 스푸트니크V의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서둘러 최대한 이른 시기에 도입 가부를 결정하길 바란다. 공급 문제에 관한 의구심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낸다 해도 집단면역까지는 길이 멀다. 백신에 기대어 방역이 느슨해지면 곤란하다. '백신 만능주의'에 조급히 빠지는 일도 경계 대상이란 얘기다. 논란이 된 자가검사 키트에 대해 조건부로 국내 첫 허가가 나왔다. 전문가 도움 없이도 직접 검체를 채취해 15~20분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방역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행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잘못된 사용으로 혼란을 가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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