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번 확산하면 걷잡을 수 없어..변이·돌파감염 변수도"
정부 "환자 조금씩 증가..중증화 낮아 의료체계 여력"
"피해 큰 거리두기 상향보다 상반기 1200만 접종 집중"
전문가 "변이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접종일정 불투명"
[서울=뉴시스] 정성원 임재희 기자 =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800명에 육박하자 전문가들은 4차 유행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차 유행보다 확진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지만, 언제든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위·중증 확진자 수가 100명 초반대에서 급증하지 않고, 병상이 충분하기 때문에 급증하더라도 병상이 충분해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확진자 발생은 관리하되 예방접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규모 감염 없이 환자가 800명 가까이 발생했다는 건 그만큼 지역사회에 감염 저변이 넓다는 뜻으로, 확산세가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커지고 미국에서 백신 예방접종을 받더라도 10만명 중 8명 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 사례가 보고되는 등 100% 안심할 수는 없는 만큼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월7일(869명) 이후 106일 만에 가장 많은 797명이다.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신규 확진자도 106일 만에 가장 많은 758명을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발생 확진자는 630명→648명→512명→529명→692명→715명→758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핵심 지표인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640.6명으로, 지난 12일부터 12일째 600명대를 보여 거리두기 2.5단계 상향 기준을 오래전부터 충족했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해 12월과 달라진 게 중증화율이 당시보다 5~10% 정도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 의료체계 여력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며 "증가 추이도 가파르지 않고 야금야금 증가하기 때문에 많은 피해와 희생을 야기하는 거리두기 조치보다 정밀 조치로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3일부터 최근 3주 동안 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559.1명→625.7명→640.6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 겨울 확진자 수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2월25일(1215명)을 기준으로 직전 3주간 608.6명→934.9명→1005.0명으로 급증했던 3차 유행 때와 비교하면 다소 완만하게 늘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환자 중 위·중증 환자 비율을 말하는 위·중증률은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매월 3.3%→2.5%→2.3%→1.6%로 매달 감소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도 지난해 12월 2.7%에서 1.4%→1.3%→0.5%로 감소 추세다.
코로나19 전담 중환자실 병상 766개 중 즉시 사용 가능한 병상은 전국에 591개가 남았다. 하루 평균 1300여명의 환자가 계속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제든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지금 단계적으로 700명, 800명대로 상승하다가 추후 언제든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한 번 확산하면 여러 곳에서 걷잡을 수없이 발생할 수 있어 더 좋지 않은 징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유행은 기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3차 유행처럼 갑작스럽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력이 높다고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상황에서 기존 바이러스가 전파한 3차 유행과 상황을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견된 주요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 변이 388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 51건, 브라질 변이 10건 등이다. 변이 진단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감염경로를 볼 때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례는 465건이다.
'이중 변이'로 알려져 치료제나 백신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 변이는 9건, 미국 캘리포니아형(452R.V1) 변이 294건, 미국 뉴욕형(B.1.526) 변이 6건, 영국·나이지리아형(484K.V3) 변이 7건, 필리핀형(B.1.1.28.3) 변이 5건 등이 확인됐다.
변이 바이러스는 대체적으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5배 이상 높다고 보고됐다. 남아공 변이의 경우 기존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변이가 발생해 전파력을 높이고 치료제나 백신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마친 7700만명 가운데 약 5800건의 돌파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예방접종자 10만명당 8명 가량은 감염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전체 확진자의 5~7% 수준으로 발견되고 있어 다른 나라와 달리 우세종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
정부는 상반기까지 고령층 등 1200만명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쳐 중증 환자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고령층 등이 1차 접종을 마치면 중증 환자가 5~10%가량 줄어들면서 발생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접종 인프라는 백신이 들어오는 속도에 맞게 확산해 하루에 20~30만명씩 접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적게 발견된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여러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할 경우 3차 유행보다 더 큰 유행이 올 수 있다"며 "애초에 화이자, 모더나 등 우수하다고 알려진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데 접종 계획에 따라 온전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저질환자를 비롯해 항공 승무원 보육교사, 경찰·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 접종도 진행하고 있지만, 고위험군인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저질환자도 혈액투석 환자와 만성 중증 호흡기 환자만 2분기 접종 대상자다. 고혈압, 당뇨 등 코로나19에 위험한 기저질환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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