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식단' 군 부대, 병사들 휴대폰 빼앗고 협박 "너희만 힘들어진다"

차유채 2021. 4. 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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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에서 복귀한 뒤 부대에서 격리 중인 군인들에게 부실한 식단이 제공돼 논란이 일은 가운데, 사건 이후 해당 부대 간부들이 병사들의 휴대폰을 빼앗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23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자신을 51사단 예하부대 소속이라고 소개한 한 병사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병사는 "배식사건 이후 모든 병사들을 다 집합시키고 카메라 검사를 했다. 체력단련 일과도 생겼다"며 "휴대폰을 뺏으면서 간부들이 이런 거(부실배식)를 제보하면 너희만 힘들어진다고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병사는 이어 "간부들은 코로나 안 걸리나. 격리자와 접촉하면 안 될 텐데 간부들은 격리자 생활관에 계속 들어오고 접촉한다"며 "이게 격리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하는지 모르겠다. 병사들이 근무가 있으면 밥도 못 먹는다"며 "하루 세끼 전달된 식사를 보면 고등어 순살 조림이 나오면 무만 나오는 식이라 그냥 사비로 라면 사와서 밥 말아먹는다"고 토로했습니다.

부실급식 논란은 지난 18일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본인을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소개한 글쓴이가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글을 올리며 불거졌습니다.

글쓴이는 "핸드폰 반납하고 티비도 없고 밥은 이런 식인데 감방이랑 뭐가 다르냐"면서 "휴가 다녀온 게 죄냐. 이걸 계속해야 하는 후임병들 생각하면 진짜 안쓰럽다"며 식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글쓴이가 공개한 사진에는 플라스틱 식판에 담긴 흰쌀밥과 김치, 오이무침, 닭볶음탕이 담겼습니다. 사진 속 음식들은 성인 남성이 먹기에 부족한 양일 뿐만 아니라 밥만 가득 담겨 있어 영양적으로도 우려가 나옵니다.

또 다른 글쓴이도 "저희 부대는 총원 143명에 열외자를 빼고 식사 인원이 대략 120~140명 정도된다. 그런데 부식 수령조차 제대로 받지 못 하고 있다"고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는 "새우볶음밥이 메뉴였는데 수령 받은 양이 0개여서 아예 보이지 않은 날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식사 인원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 빵을 60개만 줘서 취사병들이 하나하나 다 뜯어서 반으로 갈라 120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돈가스가 80개 들어와서 난도질해서 조금씩 나눠 주지를 않나, 불고기가 메뉴인데 고기가 없어서 당면만 나오질 않나"라며 "한 번은 경계 근무 끝나고 왔더니 반찬이 다 떨어졌다고 런천미트 한 조각을 줬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21세기 사회가 맞는지 의심 갈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잇딴 폭로에 다른 군인들도 자신이 받은 식단을 공개하며 공분했습니다.

이들은 "범죄자 밥이 더 잘 나온다", "세금을 대체 어디에 쓰는 건지", "20대 청년들의 황금같은 시기를 이렇게 낭비하게 하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군대의 부실 식단 논란이 확산하자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오늘(23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희생하는 청년들에게 밥마저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건 국가의 양심불량 행위"라며 비판했습니다.

강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군 급식 1일 기준 단가가 고작 8,790원이다. 세 끼로 나누면 한 끼당 3천 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급식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월 공군에서는 코로나 의심 병사와 접촉자들을 난방이 되지 않는 폐건물에 격리했는데, 식사도 생수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화장실도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대표는 이어 "군 급식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군인 급식에 들어가야 할 돈이 딴 데로 새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조사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치해야 한다"며 "군 급식 단가 자체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실급식 사진이 올라온 부대에서 병사들의 휴대폰을 뺏는다는 제보를 언급하며 "잘못된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군인의 열악한 현실이 세상에 드러났다는 이유로 병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여론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youchea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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