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투데이] '홍익인간' 뺀 교육기본법? "교육 철학 왜 바꾸나" 반발에 '개정 철회'
■ 진행 : 이재윤 앵커, 이승민 앵커
■ 출연 : 박정현 /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교육기본법에 들어가 있는 홍익인간, 이 용어를 바꾸자는 제안이 여권에서 나왔는데요. 결국 거센 반대로 없던 이야기가 됐습니다. 소동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 문제는 교육계에 상당히 큰 불씨를 남겼는데요. 또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교원 평가도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련 교육계 현안들, 전화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먼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홍익인간 정신. 현행 교육기본법의 교육 이념으로 서술돼 있었는데요. 이걸 빼자는 그런 법안 발의가 있었어요. 무슨 이유로 이런 법안 발의를 한 거죠?
[박정현]
지금 이걸 일단 교육기본법의 구문을 읽어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1장 총칙의 제2조에 해당하는 내용인데요. 우리 교육이 어떤 이념을 지향해야 되는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주의 국가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가 읽어드려도 쉽지는 않은 부분인데요. 이번에 의원님께서 또 이런 부분을 지적하기는 했습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그리고 1949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라는 이유를 들어서 일부 부분을 빼자는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홍익인간 그리고 인격 도야, 자주적 생활 능력 그리고 민주시민의 자질, 이런 부분들을 다 빼고 교육기본법의 내용 자체를 민주시민으로서의 사회 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바꾸자는 내용을 발의하셨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홍익인간을 민주시민으로 바꾸자는 건데 말이죠. 추상적인 이유라고 했습니다마는. 사실 그런데 홍익인간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렇게 용어가 너무 추상적이다, 이렇게 판단할 부분이 아닌 것이 중국의 동북공정 또 일본의 식민사관, 이런 것과도 연관이 있지 않습니까?
[박정현]
맞습니다. 홍익인간이 교육기본법에 들어오게 된 연유를 보셔야 될 텐데요. 1949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본에서 얘기했었던 식민사관에 반대하는 개념이었습니다. 홍익인간을 넣고자 했을 때 여기에 대해서 일본의 역사 침탈에 대한 그런 부분들, 극렬한 반대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조죠, 쉽게 얘기해서 우리 고조선에 처음 국가가 만들어질 때 단순한 내용들이 분명히 아니거든요. 인본주의 그리고 평화, 세계와의 공영 이런 부분들을 다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떤 하나의 종교 내지는 한 국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 인류애를 담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고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게 중국의 동북공정과도 연결을 시킬 수 있는 것이 이게 고조선, 단군의 건국이념이기도 한데요. 이걸 없앤다는 것 자체가 사실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잖아요.
[박정현]
힘들 뿐만 아니라 저도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기본법에 홍익인간이 들어가 있는 것은 상위에 있는 대한민국 헌법과도 관련이 있거든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 항구적인 세계 평화 그리고 인류 공영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고 이것이 교육으로 실현됐을 때 가장 가치로운 홍익인간으로 집약돼 있는 것인데 이런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발의하신 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앵커]
법안 발의를 취소를 했다고는 합니다마는 여론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지금 교총에서도 관련 설문조사를 했죠?
[박정현]
맞습니다. 긴급 설문을 진행했고요. 어제까지 진행했는데 갑자기 폐지 입장을 밝히시면서 공론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유, 초, 중 교원 87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요. 결과를 예측하셨다시피 73.4%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이셨습니다.
[앵커]
지금 법안 발의를 철회했기 때문에 소동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단순히 이게 소동으로 끝나겠느냐 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계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박정현]
맞습니다. 이게 법률이 바뀐다라고 하는 의미는 굉장히 큰 뜻이거든요.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최상위에 있는 교육기본법의 내용이 문구가 하나 바뀌는 순간 따라오게 되는 많은 하위 법률들 그리고 실제 정책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충분한 숙의 과정 그리고 의견 수렴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이 된다면 교육계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그러면 다른 얘기를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시도 교육부가 교육청이 안내한 교원평가 개선 추진 내용이 나왔는데 말이죠. 이 교원 평가, 아무래도 당사자인 교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사안들입니다. 내용을 보고 어떤 평가를 하셨어요?
[박정현]
일단 작년에는 실시가 되지 않았었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교원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한시적으로 실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여전히 코로나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다시 교원 평가에 대한 부분을 일부 수정은 있었습니다마는 기존 2010년부터 이어져오던 방식에서 일부를 바꿔서 예를 들면 교원 상호 간에 있는 평가의 내용은 뺐고요.
그리고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예시안을 제시해서 모바일 상으로 평가를 할 수 있겠다라고 얘기는 하고 있는데 저희 단체뿐만 아니라 타 단체에서도 교원 평가 자체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내용을 보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도 있고 동료 교원 평가도 들어가 있거든요. 기존에 평가 방법과 달라진 게 어떤 겁니까?
[박정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동료 교원 평가가 이번에 교육부 안을 보면 빠지게 됩니다.
[앵커]
빠진 거예요?
[박정현]
네, 이번 실시에서는 이 내용이 빠지고요. 기존에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냐면 동일한 교과군 그리고 학년군으로 묶어서 교원 상호 간에 서로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됐는데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는 그런 모니터링 자체가 쉽지 않고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뺀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교원들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평가방법이라는 게 제시된 게 있나요?
[박정현]
저도 교원의 한 사람으로써 이 내용을 바라보면 문제는 좀 많아 보입니다. 이게 어떤 문제를 갖고 있냐 하면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분명히 필요하고 또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는데요. 기존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교원 평가에서 한계점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장난식으로 응답을 한다든지 그리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쓴다든지 그리고 학부모님들께서, 특히 중등의 경우에는 모든 교과의 수업들을 모니터링을 하지 못하신 상태에서 그냥 이야기를 듣고 쓰신다든지 아니면 그냥 관념적으로 체크를 하게 되는 경우들을 보게 되면 이게 과연 실효적인 방식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금 전화 연결을 한 박 부소장님도 현직 국어 교사 선생님이시죠?
[박정현]
네, 맞습니다.
[앵커]
교원 평가 대상이시잖아요.
[박정현]
네.
[앵커]
아무래도 불편하실 텐데.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로 학생들과 지내면서 현장에서 교권 침해 정도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느끼시는 고충이 어떤 것들인지요?
[박정현]
교원 평가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잘 살리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진행하시는 수업에 대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보완을 해 나가야 되는지, 그리고 격려의 글들을 봤을 때는 힘이 나는 것도 사실인데요. 그렇지가 않고 아까도 말씀드렸었던 인신공격에 대한 부분들이 제가 직접 조사한 바도 있고 타 단체에서 조사한 내용들을 보면 거의 욕설에 가까운 내용들. 그리고 여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들 이런 부분들도 있는 것을 보면 이거는 평가가 아니라 교권침해 상황까지도 갈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고요. 하나 일례를 말씀드리면 저도 평가 내용이 서술형으로 돼 있는 경우를 봤을 때 아까 사회자님 말씀하셨을 때 국어인 걸 알려주셨는데 선생님 영어수업 듣기 좋습니다라는 식의 대답을 어떤 학부모님이 남겨주신 걸 보고 잘못 알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 부분들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만족도 조사라는 부분에서 글쎄요. 학부모들의 관심이 그렇게 높지 않은 상태에서 교원 평가가 겉핥기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느껴지네요?
[박정현]
그런 경우가 상당수가 있고요.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병행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정상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지가 의문이고 조금 더 제도 보완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들을 고안해서 조금은 연착륙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교육부가 또 교원 평가 제도 개선안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으니까 그 내용을 또 보고 평가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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