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 발전 위한 경기단체의 선진화 방향은

2021. 4. 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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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철 원광대학교 교수

들어가는 말

그동안 우리나라의 장애인체육은 해외 스포츠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발전적 성과를 이루어냈다. 정부는 체육정책 목표와 추진과제 설정에 있어 장애인체육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고, 그 결과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 증가, 장애인선수 경기력 향상, 장애학생 체육활동 보장, 장애인체육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 국제교류 및 협력 다각화와 같은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들(스포츠과학 지원체계, 경기력 연구사업, 장애인스포츠 참여환경 조성, 종목별 정보화 시스템구축 등)이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장애인체육 활성화의 중요한 주체인 종목별 경기단체의 현황과 선진화 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장애인체육’이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장애인체육’은 ‘특수체육’, ‘장애인스포츠’라는 용어와 구분 없이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세 용어는 공통적으로 ‘장애인의 독특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획되고 적응된 신체활동’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경기단체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경기단체의 성격을 반영하는 ‘장애인스포츠’라는 개념이 보다 적절하지만(표 1 참조),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유형별 단체 역시 경기단체에 속하므로 내용에 따라 ‘장애인체육’과 ‘장애인스포츠’를 함께 사용하였다. 

표1. 특수체육, 장애인체육, 장애인스포츠의 개념


장애인체육 경기단체 운영현황

(1) 장애인체육 경기단체 유형

‘경기단체’란 특정 경기 종목에 관한 활동과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통합체육회나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가맹된 법인이나 단체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프로스포츠 단체를 말한다(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11항). 즉 체육 관련 사업을 기획, 운영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어 활동하는 단체로 우리나라 체육진흥의 중심이며, 체육정책 실현과 선진국형 스포츠 제도·문화의 정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인체육 경기단체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원종목단체를 의미하며,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원종목단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장애인스포츠 종목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체인 ‘종목별 경기단체’, 장애유형별 국제기구에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가입한 단체 중 대한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인 ‘장애유형별 체육단체’, 그리고 장애인체육회 이사회 의결에 따라 단체의 대표성만 한시적으로 인정받을 뿐 대한장애인체육회 정관에서 정한 권리 및 의무사항을 적용받지 않는 단체인 ‘인정단체’가 있다.

이러한 장애인체육 경기단체의 목적은 단체별 종목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보급하여 상호 간 통합인식 등을 제고하고 우수한 장애인 선수 및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각 장애인체육 경기단체는 민간단체로서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임원을 선출하고 사무국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표2. 장애인체육 경기단체 유형(2021년 3월 기준)


(2) 장애인체육 경기단체 사업구조 

장애인체육 경기단체의 주요사업은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와 마찬가지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균형있는 발전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전반적인 사업구조는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의 사업구조와 유사하며, <표 3>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주요 사업은 크게 훈련 및 선수관리, 체육진흥, 국내대회 운영, 교육 및 지원, 사무국 운영, 국제교류로 분류할 수 있다. 

표3. 장애인체육 경기단체 연간 사업목록


(3) 장애인체육 경기단체 사업관리 및 인력현황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체육 경기단체의 조직선진화를 위해 정가맹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지표는 크게 조직관리, 사업관리, 행정관리 등의 세 가지 영역이며, 이 중 사업관리 영역의 가중치가 가장 높다. 사업관리 영역 지표는 경기력 성과, 종목 활성화(선수증감, 경기전문가 양성 및 활용, 동호인 증감, 종목 활성화 노력), 국제교류, 대표팀 운영으로 구성된다.

그동안의 평가결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장애인체육 역시 비장애인 체육과 마찬가지로 인프라 구축여부와 종목 접근성이 사업실적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체육도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으로 나뉘어 있고, 그 원인으로는 장애유형, 시설, 장비, 기구 등을 들 수 있다. 탁구, 배드민턴, 볼링, 축구 등은 다양한 장애유형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면서 시설 등의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지만 동계스포츠, 사격, 펜싱 등은 특수한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수는 물론 동호인의 종목 입문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어서 인력운영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32개 가맹단체의 전체 직원 수는 191명, 평균 5.97명이며 사무국 운영을 전담하는 직원 수는 98명, 평균 3.01명으로 나타났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사업을 위한 최소 고용인원으로 3명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고, 행정 외 업무인력(전임지도자, 상임심판, 기초종목 지도자 등)은 해당 사업에 따른 부가적인 고용인원으로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아 종목별 재정상황 등에 따른 인력 편차가 크다. 전체 직원 수에서 행정 외 업무인력이 절반에 가까운 비율(191명 중 93명, 약 48%)을 차지하는 현실은 사무국 업무처리 효율성 저하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며 지속적인 사업 확장 및 예산 증가는 업무의 과중화를 불러 사업의 전문화 및 고도화를 제한한다.

장애인 경기단체 선진화 방향은 무엇인가?

(1) 인력 부족 해소를 통한 효율적 조직운영 기반 마련

장애인 경기단체의 현재 운영인력으로는 훈련 및 선수관리, 국내대회 운영 등 주요사업들을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사무국 운영인력 기준은 경기단체가 처음 구성된 시점에서 변하지 않고 있어 업무량 증가, 사업의 지속적인 확장 등 여건 변화에 따른 기준의 변경 및 추가적인 인력 수급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또한 사무국 운영을 위한 적정 인력 부족은 사업부서의 확장에도 제한을 가져온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종목별 경기단체 중 27개가 사무국 단일형(사무국만 존재하고, 하위부서가 없는 형태)이며, 3개만이 사무국 분리형(사무국 내 하위부서가 있는 형태)이다. 반면 대한체육회의 종목별 경기단체는 대부분 사무국 분리형으로 부서별 전담직원의 배치가 가능하며, 이는 사업의 전문성와 조직의 체계성에 도움을 준다. 즉 운영인력 확대를 통한 사무국 분리형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무국 아래에 관리과, 생활체육과, 전문체육과(1국 3과) 등의 방식으로 구성한다면 좀 더 전문성 높은 사업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2) 조직 특성화 사업과 직무만족도 향상

현재 종목별 경기단체는 구조적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초기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주도로 제반 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모든 종목별 경기단체가 동일한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또한 대부분의 사업내용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으로 운영인력이 부족한 종목별 경기단체로서는 사업을 이행하는 데 급급하여 종목별, 장애별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사업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목별 경기단체 특성에 맞는 신규사업 혹은 특성화 사업(예: 종목별 경기력 분석 체계 도입, 종목 활성화를 위한 자체 연구사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종목별 경기단체 종사자의 직무만족도 향상을 위한 지원이다. 여기에서 뜻하는 직무만족도는 사무국 운영에 대한 만족감, 소속된 종목별 경기단체에 대한 자부심 등을 포함한다. 종목별 경기단체 종사자는 해당 종목을 발전시켜나가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단순한 행정업무에 그친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종목별 경기단체 종사자의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경기단체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따라서 종목별 경기단체 종사자의 직무만족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임금 향상,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종목별 경기단체는 장기적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형 구조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3) 경기단체 차원의 재원확보 노력

재정자립의 문제는 대한체육회 종목별 경기단체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 종목별 경기단체는 그 정도가 더하다. 대부분의 종목별 경기단체가 정부지원 혹은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 수입은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체육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장애인스포츠 경기 관람료는 대부분 무료인데, 이는 관람의 주요한 목적이 선수들의 전문적인 경기력을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장애인체육의 홍보와 관람객의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인식 제고, 장애인체육 참여자 확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결국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조직의 발전 및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장애인체육을 계속 지원의 대상, 도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목별 경기단체 주도의 자체 수익사업 개발, 종목별 단체장의 의지 등이 필요할 것이다.

(4) 장애인스포츠의 문화적 접근과 경기단체 위상 제고

장애인스포츠의 문화적 접근이란 장애인스포츠를 비장애인스포츠와 동일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장애인이 참여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규칙·방법·도구가 다른 또 하나의 스포츠로 바라보는 것이다. 장애인스포츠의 문화적 접근은 경기단체의 역할 중 종목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단체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장애인스포츠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장애인스포츠는 장애인만이 참여하는 종목인가? 장애인스포츠라는 용어가 오히려 비장애인의 참여와 접근을 배제하는 것은 아닐까? 바로 여기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종목별 경기단체 차원의 장애인스포츠의 문화적 접근은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 휠체어농구에서는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한 팀을 이루어 경기에 참여하듯, 경기단체가 해당 종목에 이와 같은 방식을 장애인스포츠 동호인 활성화에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동호인이 반드시 장애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통합의 관점에서 발전을 위한 종목별 경기단체의 혁신적인 전략을 기대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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