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리더십 시험대..미 주도 기후대책 외면한 중·러·인도

김정남 2021. 4. 2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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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40개국 기후정상회의 개막
"실존적 위기" 바이든, 기후 정책 주도 의지
온실가스 배출 2위 미국, 2050 탄소중립 제시
한국 등 추가 상향한 감축 목표치 내며 화답
정작 주요 배출국 중·러·인도는 새 목표 없어
바이든 견제했나..시진핑 "유엔 중심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정상회의 첫날 개막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50 탄소 중립’을 골자로 한 기후 대책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40개국 정상들을 불러모아 기후 변화 위기를 주도적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다수 나라들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며 화답했다.

다만 정작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 러시아, 인도는 진전된 새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며 눈길을 끌었다. 미국 주도의 분위기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후정상회의가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존 위기” 미국, 기후정책 주도 의지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정상회의 첫날 개막 연설에서 “기후 변화는 실존적인 위기”라며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난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감축 목표 수준은 50~52% 정도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세계의 노력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올해 1월 취임하자마자 재가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만큼 기후 변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날 ‘지구의 날’에 맞춰 진행된 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38개국 정상들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40명이 초청 받았다. 이번 회의에서 나온 공감대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향후 10년 새로운 목표를 채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기후 변화 대처를 그저 기다리고 있지 않다”며 “2035년까지 탄소 무공해 전력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net-zero carbon emissions)인 탄소 중립 도달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맞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데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경제 대국들 사이에서 단합된 노력을 향한 첫 발걸음”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국 1위인 중국과 3위 인도, 4위 러시아 등의 협력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판을 뒤집는 발표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영국은 탄소 배출을 2035년까지 78%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그에 이어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는데, 그 기준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역시 진전된 목표 수치를 제시했다.

정작 중·러·인도는 새 목표 제시 안 해

다만 주요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는 정작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2위 배출국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솔선수범하자”며 목표치를 제시했음에도 이들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미국 주도 기후 대책을 외면했다는 평가마저 일각에서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새로운 목표치는 없었다.

시 주석은 특히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국제법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 체계를 수호하는 가운데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고 2030년까지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분위기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 협력을 위한 법적인 틀이 이미 견고하게 마련돼 있다”며 유엔 체제에서 이뤄진 파리기후협약, 기후변화협약(UNFCCC), 교토의정서 등의 이행을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 다른 부유국들이 저소득 국가들의 석탄 발전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약속한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집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 적대적인 경쟁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기후 문제만큼은 협력할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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