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 균형감각 상실한 더불어민주당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홍익인간은 당신만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용어.”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상황이 어려운데 왜 더 악화시키냐.” 비록 철회하기는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발의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관련 개정안을 다시 살펴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발의했는지 뇌구조를 들여 보고 싶을 정도다.
민 의원은 이렇게 해명했다. “‘홍익인간’ 이념은 추상적이며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나 알기 쉽게 ‘민주시민’으로 개정하고자했다”면서 “사려 깊지 못해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했다. 사실 “어렵고 복잡하다”는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누가 교육법까지 들여 보며 그런 의견을 제시했을 리 없다. 단군을 시비하는 특정 종교에 기운 나머지 엉뚱한 시도를 하다 불발에 그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586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이념논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일회성 헤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 의원 스스로 말했든 개혁과 민생 등 현안은 산적해 있다. 먹고사는 일보다 절박한 게 있을까. 4.7 참패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틈만 나면 민생을 입에 올리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어제도 현충원을 찾아 민심(民心)을 받들어 민생(民生)을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만 현란하다.
교육법에서 ‘홍익인간’을 들어내는 게 그렇게 시급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서명한 의원 12명 가운데 교육위원회 소속은 김철민 의원 한 명뿐이다. 소속 상임위도 아닌 의원들이 대거 삭제에 나서야할 만큼 ‘홍익인간’은 문제 있는 이념인가.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겉으로는 성찰을 입에 올리지만 뒷전에서는 딴청을 피울 만큼 아직도 민주당 내부 사정은 한가롭다.
4.7재보궐 선거 직전 철회한 민주유공자 예우법도 마찬가지다. ‘운동권 특혜’ 논란에 휩싸인 이 법은 민주당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설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69명을 포함해 73명이 서명했다. 유신반대투쟁과 6월 민주항쟁에 이바지한 유공자와 유족, 가족에게 교육지원, 취업지원, 의료지원, 대부, 양로지원, 양육지원을 담고 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보상을 바라고 민주화운동을 한 게 아닌데 낯부끄럽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도 “부끄럽고 부끄럽다. 무엇을 더 이상 받는다는 말인가”라며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오늘로 반납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아마 4.7 재보궐선거만 아니었다면 강행 처리했을 게 빤하다. 어쩌다 민주당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강준만 전북대학교 교수는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민주당은 이익을 나눠먹는 ‘부족공동체(패거리집단)’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이 말에 반박할 수 있을까. 그런 발상을 했다는 자체가 민망하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데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보상을 바라고 피 흘린 사람은 없다. 다만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책무를 감당했을 뿐이다. 그런데 훗날 몇 몇은 민주화운동 훈장을 달고 곰탕 우려먹듯 탐욕을 챙기고 있다. 그들로 인해 민주화운동이 훼손되고 있다.
다시 ‘홍익인간’으로 돌아간다. 세계 어느 나라든 건국 신화를 갖고 있다. 허황된 이야기일망정 신화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걸쇠다. 단군사상을 지우고 ‘홍익인간’을 부정한다면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홍익인간’을 들어내고, 낯 뜨거운 예우법을 만들 시간이 있거든 삶의 막장에 놓인 민초들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국민과 괴리된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은 ‘더불어’를 말할 자신이 있나.
e뉴스팀 (bod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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