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정치'가 이긴다[광화문]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기나 해?"
부부와 연인 사이 흔히 벌어지는 말다툼이다. 남자는 골치 아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잘못했다"만 반복한다. 여자는 잘못을 했으니 뉘우쳐야 하고, 뉘우치려면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따진다. 때론 더 큰 싸움으로 번져 파국으로 치닫는다. 화해를 해도 열에 아홉은 남자의 패배로 귀결된다.
4·7 재보궐 선거 후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성' 릴레이가 딱 이렇다. 선거 패색이 짙어지자 터져 나오더니 이제는 초선 의원들부터 당권주자들까지 '잘못'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런데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선명하지 않다. '영혼 없는 반성'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원인 분석이 중요하다.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선 비교적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는 불분명하고, 검찰·언론 개혁을 얘기한다. '남 탓'이다. '피해 호소인'이 '피해자'가 된 것은 선거가 임박해서였다.
'촛불 정신'도 빼먹지 않는다. 그해 차가웠던 겨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건 진보 지지층만이 아니었다. 중도층 뿐 아니라 심지어 보수 지지층도, 상식을 가진 이들은 모두 촛불을 들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을 얘기한 것도 이 때문 아니었나. 적폐청산이 역사적 과제였다면 최단기간 내 마무리 짓고, 통합의 정치를 펼치는 곳에 역량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은 청와대와 의회권력까지 거머쥐었음에도 본인들 스스로를 소수파로 인식하며, 집권 기간 내내 끊임 없이 척결 대상을 찾아 나섰다. 선명한 이분법으로 피아를 구분했고, 본인들이 추구하는 대의를 위해 공정·정의·도덕·상식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했다. 여기에 부동산 문제가 기름을 부었다. 오만과 독선, 위선의 결과는 지역, 연령, 세대 모두에서의 패배였다. 지지층을 제외하고 촛불을 들었던 모두가 돌아섰다. 권력은 한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가랑비에 젖듯 실정은 차곡차곡 쌓인다. 민심은 그렇게 임계점에 도달하고 발화한다. 역사가 말해준다.
선거 후 쇄신을 얘기하지만, 방점은 '질서' 있는 쇄신에 찍힌다.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수는 일인데, 질서 있는 쇄신이 가능이나 한 걸까. 쇄신을 누가 주도할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을 뿐 인물(친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양념질'을 해대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것도 여전하다.
'누가 누가 못하나' 경쟁을 펼치기라도 하는 걸까. 예상 밖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도 전리품을 나누느라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각자 이해 관계가 얽힌 대선 후보를 띄우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시민들이 제1 야당에 무슨 기대를 걸고 표를 던졌을까. 여당이 그냥 싫었을 뿐이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얘기야 그렇다 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것도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중진 의원이 버젓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탄핵은 이미 법률적이나 정치적·역사적으로 판단이 끝난 문제다. '탄핵의 강' 논란을 촉발 시켜 도로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누구 말대로 '아사리판' 그 자체다.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2아웃, 볼카운트는 3볼 2스트라이크, 풀 베이스 동점인 상황. 1점 차 승부다. 국민의힘의 마지막 공격. 안타 하나 없이 투수의 제구력 난조에 따른 연속 세 타자 볼 넷으로 주자가 꽉 찼다. 투수는 어떤 공으로든 타자의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해야 한다. 타자는 뛰어난 선구안으로 볼을 골라내거나 안타를 만들어 내야 한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양당 모두 남은 기간 진정한 쇄신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사야 한다. 분명한 것은 꼬리에 몸통이 휘둘리지 않는 말아야 한다는 것. 강성 지지층을 배반하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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