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권 조정 넉 달, 권력에 대한 수사권 해체로 가고 있다
대검찰청이 올해부터 실시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 요구가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정 이후 나타난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당초 정부는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고 경찰의 수사 주체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검경의 기본 업무는 범죄 수사다. 검찰의 밥그릇을 빼앗아 경찰에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안전과 인권을 위협하는 범인을 잘 잡으라고 수사권을 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시금석 같은 사건이 박원순 성추행 수사였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측근의 방조 의혹, 검찰은 권력자들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각각 수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사권 조정의 목적대로라면 검경은 피해자 인권을 위해 서로 협력하면서 진실을 밝혀야 했다. 그런데 서로 경쟁하듯 외면하면서 수사를 내던졌다. 피해자는 “법적 구제의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다”며 절규했다. 나눠 가진 수사권으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인권을 보호한 것이다.
검찰은 선거·공직자·경제·부패 등으로 한정된 수사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모두 검찰 본연의 임무다. 그런데 권력 핵심부에 접근도 못하고 끝냈거나 수사가 늘어져 미제 사건으로 묻힐 판국이다. 수사종결권을 가져간 경찰은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을 슬쩍 덮으려다 들통 났고 이름만 거창한 국가수사본부는 부동산 투기 초기 수사조차 제대로 못했다.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가져간 공수처는 조직 구성도 못해 삼류 수사기관으로 전락할 위기다. 문재인 정권의 수사권 조정은 실시 넉 달 만에 권력 범죄에 대한 수사권의 해체로 귀결되고 있다. 정권이 바란 수사권 조정이 원래 이 모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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