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백신 아메리카나’, 인접국→쿼드3국→동맹국 順 지원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4. 2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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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쿼드 중심으로 ’10억회분 생산해 지원' 프로젝트
(워싱턴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백신 접종상황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취임 후 코로나19 백신 2억 도스(1회 접종분)를 미국 국민에게 접종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 백신 확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백신 대국' 미국이 풍부한 백신 물량과 원천 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줄 세우기에 나섰다. 미국 국익이나 글로벌 전략에 따라 나라별로 백신을 지원하는 우선순위와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은 조만간 백신이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내 백신 접종이 2억회분을 돌파했다”며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백신 중 일부를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남는 백신을 외국과 공유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해외로 백신 보내는 것을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해외에 백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국내 백신 상황에 따라 앞으로 다른 나라에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해외에 백신을 지원할 경우, 가장 먼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북미와 중미 등 인접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전화 회담을 가진 사실을 공개하며 “우린 캐나다에 (이미) 도움을 줬고 좀 더 도우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가 확신하는 국가들이 있는데, 중미도 그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시장이자, 이민 정책 등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 등 중미를 백신 지원 대상 일순위로 꼽은 것이다.

일러스트=박상훈

최근 정상 간 화상회의 등을 열면서 강하게 결속하고 있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 국가들도 백신 지원 리스트 상단에 자리할 전망이다. 쿼드는 중국 포위 전략을 펼치는 미국의 안보 정책에서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트위터 공지를 통해 “미국은 20일 쿼드 백신 전문가 회의를 주재했다”면서 “2022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최소 10억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접종을 강화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쿼드 4국은 지난달 열린 온라인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착착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백신 생산 측면에서 ‘초강대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얀센·아스트라제네카(AZ) 등 5종류의 주요 백신 중 AZ만 영국 백신이고 화이자 등 4종은 미국 백신이다. 특히, 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나 ‘명품’으로 꼽히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생산과 공급이 미국 손아귀에 있다.

미국의 백신 수급 상황은 한마디로 ‘풍요로움'이다. 이날 현재 2억회분의 접종이 이뤄졌는데, 인구로는 1억3340만명에 달한다. 성인의 51.5%가 백신을 맞았다. 최근 백신 물량이 엄청나게 풀리면서 접종 증가율도 점점 둔화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내 백신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는 6월쯤이면 3억회분의 접종 물량이 남아돌 것이란 말도 나온다.

미국이 어떤 백신을 해외에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접종이 대부분 화이자와 모더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AZ 백신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우선 국내 접종률 끌어올리기에 집중한 뒤, 여름부터 시작될 16세 이하 청소년 접종, 가을부터 3차 접종(부스터 샷) 돌입 등 미국 내 수요를 감안해 잉여분 활용 방안을 판단할 전망이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한국이 제안한 ‘백신 스와프(swap·미국 백신을 우선 지원받고 나중에 한국 제약업체들이 미국 기술로 백신을 생산해 되갚는 개념)’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또는 다른 외국과의 비공개 외교적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지금 우리의 초점은 미국 내에서의 백신 접종 노력”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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