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팀 티켓값 애초부터 올려받으면 수요가 줄어 암표 사라져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1. 4.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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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암표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프로야구 경기를 앞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 티켓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데 가격이 높지 않아 수요가 과도한 상황에서는 암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선DB

국내 프로야구 경기에 관중 입장이 허용된 후 티켓이 매진되는 일이 잦다.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관중 수를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객 수를 3분의 1 정도로 제한해 안 그래도 구하기 어려웠던 표가 더 귀해질 전망이다.

암표가 등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암표는 시장에 풀린 표가 원하는 사람의 수보다 모자랄 때 등장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초과수요 상황에서는 선착순이나 추첨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배분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사리 표를 손에 넣은 사람 중 일부는 이 표를 비싸게 되팔아 돈을 벌 기회를 획득한다. 암표 판매는 한국에서 불법으로,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 콘서트나 주요 스포츠 경기처럼 사회적 수요가 압도적으로 큰 상황에선 암표 유통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암표를 없애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긴 하다. 암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황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으로 표 값을 올리면 암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미국 프로농구(NBA)가 바로 이렇게 한다. 리그의 유명 인기 팀끼리 붙는 경기는 티켓 값이 확 뛴다. 기존 가격 대로 받으면 당연히 암표가 유통될 것이고, 공식 티켓 값과 추가 수요로 인해 뛰어오른 시장 가격(암표 값) 간의 차액을 암표상이 차지한다. 하지만 입장료를 올려 받으니 수요가 줄어 암표는 사라지고, 공식 판매사가 그 수익을 챙겨가니 일석이조다. 물론 이 경우조차 값을 ‘충분히’ 올리지는 않기 때문에 암표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그런데 아이돌 공연이나 인기 야구 경기는 왜 이런 손쉬운 방법을 활용 않을까. 우선은 사회적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지나치게 표 값이 비싸면 팬심을 이용해 돈만 챙긴다는 비난을 듣는다. 사업하는 이들에게 사회적 비난은 미래의 수입을 깎아 먹을 수 있는, 가능한 피하고 싶은 요인이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너무 표 값을 높게 잡았다가 표가 팔리지 않을 위험도 있다. 이런 위험성을 회피하는 대가로 포기한 경제적 이익이 암표상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공연법을 개정해 “공연자들이 암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격을 높이는 것 말고 공연·경기 주최자가 암표를 없앨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행사 입장 시 본인 확인을 해 표를 산 본인만 들여보내는 것이다. 비행기 탑승권과 같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 가족⋅친구 등과 같이 보기 위해 표를 여러 장 사는 경우 모든 관람객에 대해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번거롭고 또 어렵다.

결국 인기 있는 공연이나 경기를 싼 값에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티켓 판매처 앞에서 며칠이고 노숙할 시간과 체력이 있거나,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클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럴 능력이 없더라도 암표는 사기 싫다면, 심부름센터를 활용해 구매 대행을 시키는 방법도 있긴 하다. 정가 이상으로 값을 치러야 하지만 적어도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귀한 표를 싸고 손쉽게 구하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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