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의날, 권리 위에 깨어 있는 삶을 위하여
[경향신문]
4월25일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법의날’이다. 법은 엄격성과 복잡성, 권력과의 연관성 등으로 국민과의 괴리가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1963년 7월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세계 각국에 ‘법의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결의한 것처럼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대성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도 1964년 제1회 법의날에 “기본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알리기 위한다”는 이날의 제정 취지를 발표한 바 있다.
법의날이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시키기 위해 제정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시민’에 대한 준법 요구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준법 요구로, 근대적 의미의 법치주의는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권력 행사에 대한 시민권을 확인하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 없이도 살고 싶은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들에게 법은 여전히 어렵고 무서운 존재다. 특히 조직이나 사회의 불합리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법의 보호보다는 조직 내 따가운 분위기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소시민의 약자적 입장을 극복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도 소중하게 쌓아올린 이런 사회제도를 잘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나치의 등장으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비극이 시작되는 과정을 묘사한 시를 보면, 사회공동체 문제에 대한 불감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러나 그들은 계속 왔고, 계속되는 침묵에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하지만 법의 지배를 통한 사회의 안녕을 위해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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