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40] ‘하려면’에서 ‘핼래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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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조막만 한 그릇에 옹송그리듯 담긴 것이 못내 서운했다. 혹시 밥 좀 더 먹을 수 있을까요? “그때그때 푸는 게 아니라 따로 시키셔야 돼요.” 탕(湯)도 잔뜩 남았는데…. 기별(奇別) 시원찮은 배가 투덜거린다. 간판도 없이 구수한 모습하곤 영 다른 식당이네. 이런다고 벌이가 크게 다르진 않겠구먼. 장사하려면 야박함이 우선인가. 멋대로 내달리던 생각이 돌부리에 덜커덕 걸렸다. 머릿속 발음이 ‘장사할려면’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에서 표준말 ‘~하려면’은 엔간해서 듣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지역어를 모아 놓으면 어마어마한 잔치가 벌어진다. 할라면, 할려먼, 할라먼, 할라믄, 할라문, 헐라만, 헐라먼, 헐라머, 헐라면, 헐러먼, 헐래문, 핼래먼…. 전국적 ‘ㄹ 첨가 현상'이다. 이러니 ‘교양 있는 사람들의 현대 서울말’마저 ‘할려면’임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문제는 어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할 활자 매체. “정 차장검사가 휴대전화를 잡기 위해서 손을 뻗고 한 검사장이 안 뺏길려고 하다가 몸이 겹쳐졌다.” ‘뺏기다’가 기본형이니 ‘뺏기려고’ 해야 하건만, ㄹ 첨가 현상에 홀렸나 보다. 엉뚱한 ㄹ 첨가 현상은 ㄹ로 시작하는 어미(語尾)뿐 아니라 토씨(조사·助詞) 앞에서도 벌어진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풀어 쓰면 ‘것으로’(줄였을 때 ‘거로’) 해야 하는데 역시 ㄹ이 덧붙어버렸다. ‘이것을’을 줄이면 ‘이걸’이 되는 현상 때문에 헷갈린 탓이다.
덧붙은 ㄹ이 싹 다 틀리느냐면, ‘일로/절로/글로’가 아니라 한다. ‘이리로/저리로/그리로’가 줄어든 말로, 본래 있던 음절(‘리’)에서 모음 ‘ㅣ’가 달아나고 ㄹ이 앞 음절에 붙었을 뿐,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해서 욜로(요리로)/졸로(조리로)/골로(고리로)도 준말로 인정받는다.
밥값 천 원 더 치른 며칠 뒤, 다른 식당에 갔다. “밥 모질라믄(모자라면) 말씀하세요.” 그래 이 맛이야.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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