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할아버지 만나 찡그리는 아이, 싫은 게 아니라 어색한 거예요
굉장히 수줍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가 있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면 얼굴을 찡그리는 통에 부모가 난처한 적이 많았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 싶어 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단지 어색해서 얼굴을 찡그렸던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손자·손녀가 자신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 아이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그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는 이유는 ‘싫어요’가 아니라 ‘어색해 죽겠어요’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어르신들께서 아이가 예의 없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이렇게 얘기하라고 일러줬다. “아, 네가 좀 어색하면 그러지.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랜만에 뵈어서 좀 어색하구나. 얘가 사실은 할아버지·할머니를 굉장히 보고 싶어 하고 뵙기를 기다렸는데요. 부끄럼이 많아서 어색하면 좀 이래요. 이럴 때는 그냥 좀 두면 마음을 진정하는 데 도움이 된대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 말은 어르신들께 전달되는 동시에 아이에게도 전달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정되고 그 상황도 편안해진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에게 “네가 어색하고 불편하면 얼굴을 찡그리는 걸 엄마가 잘 아는데 조금 편해지긴 해야 해. 지금은 조금 어려워도 크면서는 달라져야 해. 왜냐면 엄마는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네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런데 너는 그런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당장은 아니어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너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노력은 해야 해”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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