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끼리끼리 정치'의 해법
“종친은 대왕과 혈통이 같습니다.” “타국 출신이 돌아오면 종실은 다시 푸대접이오.”
외국 출신 관리를 쫓아낸 축객령(逐客令) 이후 회전문 인사를 즐기던 진(秦)나라 종실 대신들이 한탄했다. 이사(李斯)가 쫓겨가며 건넨 상소문 ‘간축객서(諫逐客書)’가 만든 풍경이다.
진왕 영정(贏政)의 숙부인 영혜(贏傒)가 거든다. “객경을 쫓아낸 결과가 어떤가. 수로는 제방이 터지고, 논밭은 황폐해 백성은 죽어나고, 조정은 혼란할 뿐이오.”
영정이 종친에게 ‘간축객서’를 읽도록 명령했다. “신이 듣건대 관리들이 빈객을 쫓으려 논의한다 합니다. 잘못된 일입니다. 옛날 목공은 인재를 구해 서쪽 융에서 유여를 데려오고 동쪽으로 완에서 백리해를 얻었으며, 송에서 건숙을 맞아왔고, 진(晉)에서 비표와 공손지를 오게 했습니다. 이들 다섯 인재는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목공은 이들을 중용해 20개 나라를 병합하고 마침내 서융을 제패했습니다.”
종친들이 반발했지만, 영정은 계속 읽으라 시켰다. “만일 네 명의 군주가 빈객을 물리쳐 받아들이지 않고, 선비를 멀리하고 등용치 않았다면, 진나라는 부유하고 이로운 실익이 없었고 강대하다는 명성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상소문을 이미 외운 영정이 나섰다. “객경을 내쫓아 적국을 돕고 백성에게 해를 끼치고 원수를 이롭게 하니 나라 안은 텅 비고, 나라 밖으로는 제후국과 원한을 맺게 된다. 나라에 위험을 없애려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영정이 외쳤다. “누구라도 이사의 웅대한 글을 반박해 모두를 설득시킨다면 다신 외객을 등용치 않겠다.” 종친들은 그제야 왕에게 고개를 조아린다.
연초 중국 CC-TV 채널1이 방영한 드라마 ‘대진부(大秦賦)’의 한 장면이다. 축객령에 기대 ‘끼리끼리 정치’를 누리던 종친의 시대가 상소문 한 편에 무너졌다.
“다른 나라를 턱짓으로 부려서는(頤指氣使·이지기사) 인심을 얻지 못한다.” 올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턱(頤·이)을 눈(目)으로 바꾸면 ‘목지기사(目指氣使)’다. 찾아보니 출처 문맥이 임금의 인사론이다.
한나라 유향(劉向)은 『설원(說苑)』 군도(君道) 편에서 “왕이 눈빛만으로 오만하게(目指氣使) 신하를 구한다면 심부름이나 부릴 비천한 인재가 올 것이고, 겸손하게 물러서며 신하를 구한다면 스승으로 삼을 만한 인재가 온다”고 적었다.
임기 말까지 인사 잡음이 계속이다. 모범 답안은 이사의 상소문에 있다. 영정은 돌아온 이사와 함께 16년 만에 천하를 통일했다. 탕평도 못 하는 정부에 통일은 영원히 꿈일 뿐이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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