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울분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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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행복에 참 관심이 많다.
잠룡 시절엔 '행복 국가' 부탄을 다녀온 뒤 "국민을 행복하게 못 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그는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국가는 국민들에게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해 첫날 산행에선 등산객들의 손을 잡으며 "국민들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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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리에 오른 그는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국가는 국민들에게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해 첫날 산행에선 등산객들의 손을 잡으며 “국민들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외쳤다. 하지만 국가미래연구원이 발표한 그해 4분기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2003년 지수 작성 이래 최악이었다. 세계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50.88점이었다. 유엔 산하 기관이 내놓은 ‘2021 세계 행복보고서’에서도 한국의 행복도는 95개국 중 50위에 그쳤다.
그제는 국민 10명 중 6명꼴로 만성 울분 상태라는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다. 서울대 보건연구팀의 ‘2021년 한국 사회 울분 조사’에 따르면 울분이 지속되고 있거나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만성적 울분 집단’의 비율이 전체의 58.2%에 달했다. 작년 조사 때의 47.3%보다 크게 나빠졌다.
이번 조사에서 울분을 자극한 주범은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였다. 실제 우리 정치 현실이 그렇다. 회사 돈을 빼돌려 딸에게 포르셰 자동차 리스 비용을 대준 이상직 의원은 “포르셰는 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삶은 소대가리” 막말을 “우리와 협상을 재개하려는 절실함”으로 해석했다. 권력자 무리들은 ‘황제 조사’, ‘황제 휴가’의 반칙을 저지르고도 되레 큰소리친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정신병원을 위문한 권력자 유머가 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권력자에게 일제히 환호를 보냈으나 유독 한 명만 박수를 치지 않았다. 권력자가 “왜 저 사람은 환호하지 않느냐”고 묻자 병원장이 대답했다. “저 사람만 오늘 정상입니다.” 상식과 규범이 무너진 상황에서 어떻게 환성이 나오겠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지지층 ‘문빠’뿐일 것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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