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수장이 "北 GP 총격, 굉장히 절제했다"고 말해서야

2021. 4. 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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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그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9년 1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작년 5월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을 거론하면서 "두 사건 모두 사소한 위반"이라고 했다.

이 두 사건은 이미 '2020 국방백서'에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행위"라고 적시된 도발이 아닌가.

그런데도 외교수장은 '사소한 위반'이고 '절제됐다'고 하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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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그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9년 1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작년 5월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을 거론하면서 “두 사건 모두 사소한 위반”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창린도 포 사격은 사격 방향과 사거리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한 흔적이 보였다”고 했다. “GP 총격은 면밀히 조사해 보았지만 굉장히 절제된 방법으로 시행됐고, 그 이후 심각한 도발이 없었다는 것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두 사건은 이미 ‘2020 국방백서’에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행위”라고 적시된 도발이 아닌가. 그런데도 외교수장은 ‘사소한 위반’이고 ‘절제됐다’고 하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정부의 대북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 등 막말을 퍼부은 데 대해 “개탄스럽다”면서도 “거친 언어도 잘 살펴보면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찬다. 그는 ‘국민 감정이 좋지 않다’는 패널의 지적에도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내해 가며 그들을 계속 설득해 나가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 있다”며 “초강대국 간의 관계가 악화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북한과 중국까지 의식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지금 우리의 안보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달 중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발표되고, 내달 말에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셈이다. 북한 비위 맞추기나 눈치보기, 대북 환상으로는 최대 안보현안인 북핵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지난 4년간의 경험이 잘 말해준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대북 인식과 대북 정책을 모두 바꿔야 할 때다. 그 첫 단계는 대북 저자세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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