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발전량 통계가 비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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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운의 '접수번호 7628259'(이하 #762)에 관한 이야기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와 일일 발전량과 대기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정보공개를 한 터라 발전량이 필요했다.
이런 정보를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발전량만 갖고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뭔가 찔리는 게 있지 않았겠느냐. 일반 국민이 발전량 정보를 요구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테니 기자가 청구한 걸 알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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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운의 ‘접수번호 7628259’(이하 #762…)에 관한 이야기다.
#762…는 그 뒤로도 탁구공처럼 거래소에서 한전으로, 한전에서 거래소를 오갔다. 7번의 타 기관 이송, 18통의 이메일, 21개의 문자메시지 끝에 지난 14일 최종 통보가 왔다. ‘접수번호 7628259 정보의 부존재를 통지하였으니 확인 바랍니다. 한국전력공사’ 월별 자료를 취합은 하지만 일별 자료는 없다, 일별 자료는 발전소가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통지서는 두 가지 점에서 놀라게 했다. 발전소를 놔두고 한전과 거래소가 여태 핑퐁하듯 #762…를 주고받은 무성의함에 놀랐고, 2050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선언한 나라에서 발전량 정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점에 놀랐다.
외국은 어떨까. 영국의 발전원별 발전량 정보는 디랙스나 그리드워치 같은 사이트를 통해 분 단위로 알 수 있다. 디랙스는 영국 에너지회사이고, 그리드워치는 개인이 운영한다. 발전·송전정보가 열려 있는 덕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석탄·원전·풍력 발전량 현황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발전량만 갖고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외신에는 ‘오늘이 석탄 발전이 0으로 떨어진 지 며칠째’라거나 ‘폭풍우가 몰아친 어제 오후, 풍력이 전력의 50%를 담당했다’는 식의 기사가 일상으로 나온다. 정보가 공개되면 발전량은 관계자만 보는 연월보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다.
빈손으로 돌아온 비운의 #762…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한 비서관에게 전화를 했다. 일전에 그를 통해 전국 일별 발전 통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뭔가 찔리는 게 있지 않았겠느냐. 일반 국민이 발전량 정보를 요구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테니 기자가 청구한 걸 알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수세적이고 느린 에너지 정책의 단면을 본 것 같아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윤지로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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