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문장의 오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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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미국의 언어학자 런스퍼드는 학생들의 글쓰기 원고를 모아 문장오류를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를 했다.
그는 전국의 교사 1500명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2만개가 넘는 원고를 수집했다.
학생들의 글은 대체로 철자 오류, 쉼표 오류, 소유격 오류 등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들이 많았다.
교사들은 주로 빠르고 손쉽게 지적할 수 있는 오류에 관해서만 코멘트했고, 그 양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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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흐른 2008년에 런스퍼드는 이와 같은 연구조사를 다시 한 번 시행했다. 세월이 흘러서인지 학생의 글에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학생들이 쓰는 글에서 내용과 길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전 학생들은 주로 문학작품에 관한 개인적 감상문을 많이 썼으나 이후의 학생들은 자료를 포함한 보고서나 논증문을 많이 썼다. 분량도 이전에 비해 평균 2배 반 정도 길어졌다. 특이할 만한 것은 맞춤법의 오류가 많이 줄어든 점이다. 이것은 컴퓨터에 맞춤법 검사기능이 생기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밖에 흥미로운 점은 더 있었다. 그중 하나는 세월이 지났어도 교사의 코멘트는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주로 빠르고 손쉽게 지적할 수 있는 오류에 관해서만 코멘트했고, 그 양도 줄었다. 앞선 조사에서 교사들은 전체 글의 오류 중 43%를 지적했지만 이후 조사에서는 38%로 줄었다. 다음은 학생들의 텍스트가 종이 글에서 컴퓨터 작성 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전에 학생들은 대부분 원고지에 글을 썼지만 이후의 학생들은 컴퓨터로 글을 작성했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종이로 출력된 글에 평가를 하고 코멘트를 했다.
2008년의 연구에서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인공지능이 소설과 신문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SNS 덕분인지 학생들의 글은 짧아지고 분절되며 여러 기호가 뒤섞여 있다. 다양한 쓰기 플랫폼이 생겨 학생들의 글쓰기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이런 문장 조사를 한다면 이전과 다른, 흥미롭게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강화되어 텍스트를 수집하기가 어려워 더 이상 이런 연구조사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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