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연내 상향"..선언적 목표?

2021. 4. 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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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문재인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추가 상향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각국이 속속 상향한 목표치를 내놓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기후정상회의에 사실상 '빈손'으로 참석하면서 한국의 대응력에 우려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22일 '기후목표 증진'을 주제로 화상으로 진행되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추가 상향하여,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추가 상향 노력을 발표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선언적 목표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NDC 목표치는 2017년보다 24.4% 적은 5억3600만 톤까지 감축하는 것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였던 지난 2015년에 수립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국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감축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퇴짜를 놓았고, 정부는 새로운 목표치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잡아놓은 목표치는 국제사회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국은 지난해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53%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최소 68% 감축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이번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8% 줄이겠다는추가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캐나다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감축하는 목표를 수정, 감축량을 36%로 상향하기로 했고,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5년도 목표치의 2배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국은 지난해 NDC를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1차 상향한 바 있다"고 말한 대목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배출전망치는 온실 가스를 감축하지 않을 경우 배출량의 추정치이므로 가변성이 크다. 그래서 배출전망치 대신 기준 연도의 배출량과 비교하는 절대량 방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정부도 이 흐름에 맞춰 기준을 바꾼 것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은 "'2030년 배출전망치'에서 '2017년 대비'로 기준만 달라졌을 뿐, 감축 목표량의 변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향'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탈석탄 방안도 내놓았다.

청와대는 이 발언에 대해 "전 세계적인 탈석탄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많은 국가에서 석탄 발전 금융지원 중단 계획을 밝혀 신규 발전소 건설에 대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나온 지원 중단 선언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황 팀장은 "해외 석탄 발전소 지원 중단은 이미 전부터 나왔던 얘기고, 정말 탈석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면 기존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의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어려움이 감안되어야 할 것이며, 적절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국내적으로도 관련 산업과 기업, 일자리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외 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녹색금융의 확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40여 개 국이 참여하는 기후정상회의에서 선도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로 다음 달 말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에게 P4G 행사 참여를 독려하면서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실천 가능한 비전을 만들고, 협력을 강화하는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선언적 의지 표명에 그친 문 대통령이 P4G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다자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도 이번 화상 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나마 처음 대면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 한미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기후정상회의 연설 전문.

바이든 대통령님,
각국 정상 여러분,

오늘 저녁, '지구의 날'을 맞아 한국 국민들은
10분간 불을 끄고 지구의 속삭임을 들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에게
한국인들의 응원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파리협정 이행 원년을 맞아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세계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여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주신
바이든 대통령님과 미국 신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각국 정상 여러분,

한국 국민들은
지난해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세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 국민들을 대표하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두 가지 약속을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첫째, 한국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하여,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NDC를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1차 상향한 바 있습니다.
그에 이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0% 이상 감축한 바 있습니다.

둘째,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출범 후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열 기를 조기 폐지하여
석탄화력발전을 과감히 감축했으며,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석탄화력발전의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어려움이
감안되어야 할 것이며,
적절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내적으로도
관련 산업과 기업, 일자리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국내외 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녹색금융의 확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입니다.

오는 5월, 서울에서 '제2차 P4G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회원국들과 시민사회, 산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파트너십이
인류의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앞당길 것입니다.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실천 가능한 비전을 만들고, 협력을 강화하는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제2차 P4G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COP26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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