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증명'한 라건아
"난 매년 언더도그"..결기 세워
모트리와 맞대결 존재감 뽐내며
KCC 4강 PO 1차전 '승리 주역'
[경향신문]
KBL의 터줏대감 라건아(32·KCC·사진)는 이번 시즌도 최고 선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라건아가 “나는 매년 언더도그”라며 잔뜩 독이 올랐다.
라건아는 지난 2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에서 23점·19리바운드의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KCC는 라건아를 앞세워 전자랜드를 85-75로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런데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라건아는 전자랜드의 외국인 선수 조나단 모트리와의 매치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시무룩한 얼굴로 “미디어가 원하는 기사를 쓰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좋은 활약을 했음에도) 매년 언더도그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모트리는 이날 24점·12리바운드로 라건아 못지않은 기록을 올렸지만, 대부분이 KCC로 무게추가 기운 상황에서 올린 것으로 내용면에서 라건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이름으로 2012~2013시즌 KBL 무대에 뛰어 든 라건아는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로도 활약 중인 KBL 최고의 선수다. 귀화를 했음에도 국내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 아직도 외국인 선수 대접을 받고 있다.
라건아는 순탄하게 시즌을 시작한 적이 거의 없었다. 라건아를 막기 위해 다른 팀들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계속 리그에 합류하면서 라건아는 ‘이번 시즌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특히 이번 시즌 막판 합류한 제러드 설린저(KGC)와 모트리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라건아의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이날 라건아의 통역을 맡은 KCC 관계자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그와 달리 본인은 항상 의문이 따르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급’이라고 불리는 모트리와의 맞대결을 그래서 더 원했는지 모른다. 전창진 KCC 감독은 “라건아가 경기 전부터 자기한테 맡겨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 자신감이 경기력으로 그대로 나왔다. 라건아가 오늘 승리의 일등공신”이라고 칭찬했다.
라건아는 “모트리는 NBA에서 뛸 수 있는 재능이 있고 능력이 출중하다. 막는다는 느낌보다 방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며 “난 다시 한번 나를 증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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