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미국, 경제는 중국'..EU만의 인도·태평양 전략

이윤정 기자 2021. 4. 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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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독자 청사진' 제시
인권·민주주의 등 강조해
가치 측면선 미국 입장 따라

[경향신문]

중국과 경제 협력에도 의지
한·일 등 공급망 다각화도
“미·중 냉전 원하지 않는다
특정 편 드는 상황 피할 것”

“중국이 문제의 일부라면, 해결책의 일부도 될 수 있다.”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멧은 유럽연합(EU) 이사회가 확정한 새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EU 이사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을 위한 EU 전략에 대한 이사회의 결론’이란 문서를 채택했다. EU 27개국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합의해 마련한 10쪽 분량의 인도·태평양 전략 청사진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과 안보, 번영을 향상시키기 위해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국제법에 기반해 이 지역에 대한 EU의 전략적 초점과 존재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강조는 중국 입장에서 껄끄러운 내용들이다. EU는 또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지정학적 경쟁이 일어나면서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국가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권 보호와 증진에 EU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미얀마 쿠데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중국·인도 국경 분쟁 등을 지적한 것이다.

EU는 그러면서 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특히 무역·경제 부문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의지를 다졌는데, 한·중·일이 포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물론 지난해 체결한 중국과의 투자협정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만 EU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일본,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럽 외교장관들은 인도·태평양의 모든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떠오르는 아시아 중시 정책,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와도 맞물려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EU의 경제 구상에서 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EU의 피벗 투 아시아는 미국 모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피벗 투 아시아의 핵심으로 미국의 동맹 복원을 통한 중국 견제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EU는 자신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실용적이고, 유연하고, 다면적”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원칙을 견지하지만 중국과도 무역 등 협력 가능한 분야에서는 협력하면서 독자적 외교 모델을 채택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EU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EU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의 군나르 비간트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0일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중국과 미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냉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유럽은 과거 2차대전 후 냉전 시기에 여러 나라가 진영으로 쪼개져 반목하는 것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언제나 대결이 아닌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면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다른 나라들도 어느 특정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전혜원 교수는 “EU가 지난달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한 만큼 가치 측면에서는 미국의 입장을 따르지만, 경제 분야만큼은 중국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EU는 인도·태평양 세부 전략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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