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코앞 반려동물놀이터 조성.. "절대 안 된다" "환영" 찬반 팽팽

글·사진 박용근 기자 2021. 4. 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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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동물원 진입도로 입구에 조성 계획 '3년째 답보'

[경향신문]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사는 백봉학씨가 지난 20일 덕진동 반려동물놀이터 예정부지에 반려견 4마리를 데리고 와 산책하고 있다.
“냄새에 털 날리고 시끄러워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들어야”
인근 연화마을 주민들 ‘반대’
동물이 뛰놀며 사람과 교감
견주들 “주민 마음 바꿨으면”

“전북은 유기동물 입양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요. 그런 도시에 반려동물놀이터가 조성돼 동물들이 맘껏 뛰놀며 사람과 교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반려동물 견주 이진이씨)

“동물놀이터를 반대할 이유는 없어요. 그런데 마을 앞에 만든다면 누가 반기겠어요. 동물놀이터는 외진 곳을 골라야 한다고 봐요.”(주민 김성식씨)

전북 전주시가 반려동물놀이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전주시는 동물친화도시를 표방하며 2019년 전국 최초로 동물복지과를 신설했다. 동물복지과에서 내놓은 첫번째 정책은 ‘반려동물놀이터’ 조성이었다. 놀이터 조성 계획은 동물복지과가 신설되기 이전인 2018년 마련됐다. 하지만 인근 주민 반발로 3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놀이터 예정부지는 전주동물원 진입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과거 대형차 차고지로 쓰였다가 현재는 무료 주차장과 쌈지공원으로 활용 중이다. 7000㎡ 부지에 122대를 주차할 수 있는 데다 전기·수도·오폐수시설 등이 이미 확보돼 있다.

전주시는 5억여원을 더 들여 울타리와 놀이기구, 포토존, 휴식공간,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놀이터 예정지 쌈지공원에서는 주민 백봉학씨가 반려견 4마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백씨는 “집에서 가까워 차에 개들을 태우고 데려와 여기서 자주 산책을 시킨다”며 “가까운 곳에 동물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 반려라는 말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좋은 시각으로 바라봐주시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부지와 50여m 떨어져 있는 연화마을 주민들은 놀이터 조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마을에는 50여가구가 산다. 전주시는 “이용 시간과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관리팀이 상주해 위생적으로 운영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지난해 일부 주민들의 찬성을 받아내 공사계약도 추진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다시 멈춰 섰다.

주민들은 털 날림과 냄새 등을 이유로 놀이터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김준수씨는 “집 바로 앞에 동물놀이터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면서 “냄새나고 털 날리고 시끄러울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70대의 한 주민은 “연화마을은 대부분 고령층이 살고 있어 위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적이 좀 드문 곳에 놀이터를 만들면 되는데 마을 앞이나 대로변을 끝까지 고집하니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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