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선수 때 58억대 논밭 산 기성용씨 부자 '농지법 위반' 수사
땅 일부 민간공원 사업에 포함
기씨 측 "투기 의혹은 억울"
[경향신문]
경찰이 프로축구 선수 기성용씨(사진)와 기씨의 아버지를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2일 “FC서울 소속 축구선수 기성용씨와 그의 아버지 기영옥 전 광주FC 단장을 농지법 위반과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불법 형질변경)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기씨 부자가 매입한 농지에 실제 경작을 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씨 부자는 2015~2016년 광주 서구 금호동의 토지 10여개 필지를 58억여원에 매입했다. 이들 토지는 지목상 논과 밭으로, 매입을 위해서는 관할 구청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들은 농업경영계획서에 “밭작물을 재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지 매입 당시 기성용씨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동해 실제 영농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가 불법으로 형질변경된 사실도 파악됐다. 해당 토지의 일부는 현재 중장비 주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광주 서구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13일 기씨 부자와 토지 사용자에게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서구는 형질변경된 기씨 부자 소유 8필지 8218㎡에 대해 다음달 31일까지 농지로 원상회복하도록 했다.
서구는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 원상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지처분 행정명령 등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씨 부자가 매입한 토지의 일부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 중인 마륵공원 조성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경찰은 투기 목적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성용씨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기씨 부자를 지난 14일 입건했으며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소환조사가 필요하지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관련, 투기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영옥 전 단장은 “아들 이름으로 축구센터를 운영하는 게 내 꿈이었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일 뿐”이라면서 “불법이 되는 줄 잘 몰랐던 점이 있었을 수는 있겠으나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샀다는 말을 듣는 건 너무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강현석·이정호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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