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에 휩싸인 '정의용의 입'
부적절·부정확 발언 잦아
"정확·정제된 표현 써야"
[경향신문]
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발언이어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장관은 지난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9년 11월 북한의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지난해 5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사건에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의 사소한 위반” “굉장히 절제된 방식” 등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정 장관의 문제 발언은 전에도 있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던 2019년 11월 국회 운영위에서 “북한은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 개발을 하지 못한 단계임을 설명하려는 취지로 추정되지만, 국민 혼란을 부르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특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폐기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는 호언장담은 명백하게 틀린 말이었다.
지난 2월 인사청문회에서는 2019년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탈북한 선원들을 강제북송한 사건에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한 범죄자’라고 표현하면서 “일반 탈북민과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가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용어 논란이 일던 지난달에도 정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옆에 두고 한 말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문안 합의를 위해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긴 타협의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장관이라면 ‘국제사회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해왔으며, 그 안에는 북한 핵폐기가 1차적 목표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말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 장관은 안보실장 때도 부적절하고 부정확한 발언이 많았다. 당시에는 ‘실명 인용 불가’를 전제로 한 브리핑이 많아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외교장관 임명 이후 공개발언 기회가 많아지면서 설화(舌禍)도 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교장관의 발언은 이해관계가 다른 국내외 모든 ‘오디언스’(청자)가 주목하는 것이어서 정확하고 정제된 표현이어야 한다”면서 “단순한 실수인지, 현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지만 둘 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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