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현충원'서 박원순·오거돈 성폭력 사과
피해자 "난 순국선열 아냐..말뿐인 사과 필요 없다"
[경향신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박원순·오거돈 전 서울·부산 시장의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4·7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보름이 지나 현충원 참배 현장에서 ‘돌발 사과’를 해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사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원내대표단 의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현충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윤 위원장은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살피겠습니다”라고 썼다. 당 관계자는 “‘피해자님’은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됐던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어려운 정국과 국민에 대한 죄송함 등 만감이 교차해 묵념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무릎이 꿇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이 사과를 한 시기와 장소 때문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 패배 이후 보름 만의 사과인 데다, 피해자에게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순국선열을 참배하러 간 곳에서 했다는 점에서다.
당내에선 오히려 오세훈 시장의 지난 20일 ‘사과’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오 시장의 사과가)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사과”라며 “재·보선에서 20대 여성 15% 이상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외면한 것은 정치권의 미온적 대처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도 강하게 반발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 너무나 모욕적”이라며 “지난달 민주당 2차 가해 인사들의 사과와 당 차원의 조치를 요청한 것에 대해선 감감무소식인데,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고 하신 말씀에 책임을 져달라”고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이에 “우리 당이 충분히 마음으로부터 사과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사과했다)”며 “신원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분들을 찾아가는 것도 적절치 않다. (현충원이) 사과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방문했다”고 해명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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