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를 '차별화'라 말 못하는 이재명
그럼에도 "차별화는 없다"
친문 의식·중도 잡기 포석
[경향신문]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사진)가 문재인 정부와 ‘어정쩡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체 백신 도입’과 ‘부동산’ 등 정책을 고리로 목소리를 내면서도 문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진 않고 있다. 이 지사 스스로도 “차별화는 없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 아직까지 3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친문재인계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 측 한 인사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스푸트니크V’ 백신 계약을 따내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가 지난 15일 발표한 독자 백신 확보 계획 일환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를 ‘이 지사의 승부수’라고 평가한다. 정부의 백신 수급·접종 계획이 일정 부분 실패했다는 전제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백신 도입에 성공할 경우 대선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에서도 차별화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의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는 발언과 ‘평생 임대주택 공급’ 등을 거론하며 “만약 지난해부터 철저히 부정 거래를 제재했다면 오히려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거주용과 비거주 투기용 주택을 구분해 접근하자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정책에서부터 문 정부와 차별화를 시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당사자는 손사래를 쳤다. 이 지사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부 다름은 있겠지만 의도에 의한 차별화는 있을 수 없다”면서 “누가 뭐래도 민주당은 저의 요람이며 뿌리”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의원은 “이 지사가 문 정부와 대립한다는 프레임은 이 지사를 골탕 먹이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차별화를 차별화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대선으로 가는 길에 결국 문 대통령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 입장에선 친문의 지지가 필요하고, 문 대통령의 강한 지지가 있어야만 친문을 껴안을 수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지금 차별화를 시도했다가, 나중에 되돌릴 순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면 이 지사도 실패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지사는 당분간 친문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민생’ 의제로 중도층을 포섭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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