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베는 게 '탄소중립'이라고요?

김한솔 기자 2021. 4. 2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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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30년 이상 베고 유목 식재' 산림청 2050 계획 논란

[경향신문]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2일 서울 영등포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석우 기자
“탄소 흡수량 줄기 때문”…다른 연구선 “큰 나무가 더 잘 흡수”
환경단체 “산림은 탄소 흡수만 하는 게 아냐” 계획 철회 요구

나이가 들어 탄소 흡수기능이 떨어진 ‘늙은 나무’는 베어 버리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것이 ‘탄소중립’을 위한 적절한 방안일까.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두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멀쩡한 나무를 베지 말라”며 산림청에 관련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산림청은 올해 초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에서 산림의 탄소 흡수능력 강화를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불균형한 산림의 영급 구조 개선”을 꼽았다. 영급은 수목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끊어서 계산한 것이다. 산림청은 30~40년 이상 된 나무의 탄소 흡수량이 어린 나무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 든 나무를 벌채하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 2050년까지 탄소를 3400만t 감축하겠다고 했다. 30년 이상 된 나무는 국내 산림면적의 72%를 차지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은 “나이가 들수록 생장량이 떨어지면서 탄소 흡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그때는 벌채를 하고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연구 결과”라고 했다. 산림과학원은 2019년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 흡수량’ 보고서에서도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30년 이전에 가장 높고 임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 숲의 평균 나이는 30~40년 정도로서, 앞으로 점차 나이가 들면 생장이 둔화돼 탄소 감축기능이 줄어들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나이 든 나무의 탄소 흡수기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역시 산림청 소속 기관인 국립수목원은 2018년 “최근 30년간 큰 나무 개체의 탄소 흡수기능은 일반 크기 나무 개체에 비해 13배 높다”고 밝혔다. 국내 산림에서 자라는 ‘큰 나무’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국립수목원은 “큰 나무의 지속적인 탄소 흡수기능 증가는 ‘네이처’ 등 외국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면서 “지속적 탄소 흡수기능 성장 배경은 매우 넓은 수관 면적, 많은 잎에 의한 경쟁 위치”라고도 설명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도 “중요한 것은 탄소 저장능력”이라며 네이처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최대 800년 된 숲까지 조사해보니 40~80년 탄소축적의 ‘정체기’가 있다가 100년이 되면 축적량이 늘고 300년 되면 또 늘더라는 것이다.

나무가 오로지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탄소 흡수량만을 고려해 벌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울창한 산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탄소 흡수기능뿐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자연생태계로부터 공급과 문화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고, 많은 야생생물들도 산림에 기대 살고 있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나무를 탄소 흡수 도구 및 자원으로만 간주하는 생태감수성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벌채 예정지와 해당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 계획 여부 등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산림청은 내달 6일 환경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해당 안을 포함한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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