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 의사표시 옥죄는 선거법 조항, 이번엔 꼭 없애야
[경향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설물·인쇄물을 통한 선거운동 방식을 지나치게 제한한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21일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7일 실시된 재·보궐 선거 당시 선관위가 “보궐선거, 왜 하죠?”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한 사례와 같은 일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이 조항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는 서둘러 선관위 의견을 받아들여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23일 시민단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려고 했으나 선관위가 불허했다. 선거법 90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는 법에서 정한 것 외에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시설물·인쇄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해서다. 하지만 이 규정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말로 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허용하면서 유독 시설물·현수막에 써서 붙인 것은 안 된다는 것인데 과도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내로남불’ 티셔츠를 금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선관위는 국민의힘이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등 투표 독려 문구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해 편파성 논란을 불렀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 선관위가 정당과 후보자의 명칭·성명·사진을 명시하는 경우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재·보선 당시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선거 문구 제한의 기준이 편파적이라고 항의했다.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한 문구 사용을 금지시켰다며 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에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야당에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비판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선거법 90조 위반으로 기소됐다. 낡은 법 조항을 놓고 어느 당에 유리한지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선관위는 2013년, 2016년에 이에 대한 개정 의견을 제출했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제 시설물·인쇄물을 이용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말처럼,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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