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로빈후드세'의 교훈

2021. 4. 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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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설적인 의적 로빈후드에서 유래된 세금이 있습니다. '로빈후드세'라는 건데요. 탐욕스러운 부자들에게서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을 돕는 로빈후드와 유사하다 붙여진 이름입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가, 고가의 부동산에 대해 불로소득을 회수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 도입 당시엔 '로빈후드세'로 불렸었죠.

그런데 이 로빈후드 영웅담엔 비극이 있습니다. 재산을 뺏긴 자들이 그걸 만회하려고 서민들을 더 수탈하면서 서민들의 고통과 가난이 더 심해진 겁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로빈후드 효과'가 바로 이겁니다.

스웨덴은 1910년 부유세를 도입해 복지국가의 상징이 됐지만, 투자와 창업이 위축돼 실업률이 급증했고 결국 폐지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라를 탈출한 사람이 수천 명. 명배우 알랭 들롱도 그중 하납니다.

이제 종부세는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게 됐지요? 복잡하다 못해 누더기가 된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리더니 부자가 아닌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도 종부세라는 세금 폭탄이 엄습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아끼고 아껴 집 한 채 일궜는데, 왜 그들이 투기꾼으로 취급받고 징벌적 세금을 강요당해야 할까요.

그간 꿈쩍 않던 정부는 성난 민심이 들끓자 이제서야 종부세 기준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의 원칙 없고 치밀하지 못한 정책 선회.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또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논란이 야기된 만큼 종부세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도 진지하게 짚어 봐야 합니다.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세금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유쾌하지 못한 현실이지만 세금이나 죽음을 폐지할 수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종부세 손질에 나선 만큼 조세원칙에 부합하게. 합리적으로. 제대로 고치길 기대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로빈후드세'의 교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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