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제조혁신과 글로벌연대가 답

2021. 4. 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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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박상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지금 세계 과학기술계의 시선은 탄소중립에 쏠려있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이 산업의 혁신으로 사회의 변혁을 이끌었다면, 탄소중립은 국가 간 협약이 산업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은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EU를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뒤따른다. 탄소중립 달성이 국가나 산업을 넘어 인류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탄소 감축이 곧 돈으로 여겨질 것이다. 산업계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세우며,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중점을 둔 'RE100'(재생에너지 100%) 등의 키워드를 주요 전략으로 배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도 2030~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U가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탄소국경세는 글로벌 환경규제로 확산할 조짐이다.

이런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답은 제조업의 혁신과 글로벌 연대에 있다. 제조업의 핵심인 기계기술 혁신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중요한 열쇠다. 모든 산업분야를 아우르는 기계기술이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며, 이미 기계기술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반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2020년 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표한 '탄소감축로드맵'은 핵심 과제로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모빌리티, 저탄소 산업을 위한 에너지기술혁신을 지목했다. 그 바탕에는 기계기술이 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또한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논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다양한 산업 근간의 제조장비, 에너지기계의 고효율화, 청정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있을 때 지속가능한 에너지 총량관리가 가능하다.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가 기계기술에 있는 이유다.

탄소중립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열쇠는 제조업 중심국가 간 연대와 공조에 있다. 국가 간의 약속이 산업의 변화를 불러오는 하향식 혁신에서는 국가 간 경쟁보다 협력이 갖는 힘이 더 크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에 UN을 구심체로 다양한 국가 간 협력기구와 콘퍼런스가 운영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 GDP 대비 제조업의 비중이 28%로, 유럽과 미국 등 제조업 비중 10% 내외 국가와 비교하면 전형적인 제조업 중심 국가다. 중국을 필두로 주요 아시아 국가도 20% 이상에 달한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탄소중립은 더욱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계기술 혁신으로 제조업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제조업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아시아 국가와 연대하여 유럽과는 다른 제조업 중심 국가만의 탄소중립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현장의 변화를 시작으로 에너지, 친환경 교통수단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국가와 공유해나간다면 탄소배출 감축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기존의 제조기술에 친환경 요소를 더한 새로운 미래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뤄가는 공조의 경험도 쌓아나가야 한다. 탄소배출 감축과 국제 공조에 주도적으로 뛰어든다면 EU의 'Horizon2020' 같은 탄소중립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코로나 백신이 글로벌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졌듯이 탄소중립 기술도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경을 넘어 제조업 중심의 탄소중립 모델과 전략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지구적 목표를 위해 기술 혁신이 깃든 손을 더 넓게, 더 멀리 뻗어 맞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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