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칼럼] 신뢰 상실한 정권의 말로

2021. 4. 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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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월터 크롱카이트는 1962년부터 81년 초까지 미국의 CBS 저녁 뉴스 앵커로 봉직했다. 앵커는 뉴스를 평가하거나 해설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고, 미국 사람들은 그를 가장 신뢰하는 공인으로 평가하며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

그런 그가 뉴스 전달자로서의 원칙을 깬 적이 있는데,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협상뿐이라고 한 것이다. 이는 미국 내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론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에게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도덕적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크롱카이트가 현재 한국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과연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사실만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지쳐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탓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언행도 그에 못지않게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무능을 감추려는 정권 담당자들의 거짓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한다.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일반인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왜 그것을 모르냐고 묻지 않는다. 다만 현재까지 아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 후 죽을 수도 있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사망은 백신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설명보다 더 믿음을 줄 수 있다. 기저 질환자가 접종 후 죽었다면, 다른 모든 사항이 통제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도 애초의 계획대로 되지 않은 문제가 생겼으면 이를 솔직하게 사람들에게 말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권 사람들은 백신은 차질 없이 확보될 것이며 금년 내로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말만 되풀이해 왔다.

25번의 부동산 정책의 결과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람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가진 대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현 정권은 마치 무슨 특단의 대책이라도 가진 것처럼 온갖 정책을 총동원하여 집값을 잔뜩 올려놓고, 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사실 25번이라는 숫자 자체는 정권이 의도하는 부동산 정책이 사람들로 하여금 집값 안정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입에 올리기도 민망하지만, 집 없는 사람들이 많아야 분할통치 수법으로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도덕에 무능이 더해지면 사람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그나마 정부의 경제 실정을 완화하고 있는 기업 활동도, 이를 격려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혼내는 일이 전부다. 앞에서는 경제 회생을 위한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공정경제(?) 3법 등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어린애들 장난만도 못한 유치한 행각이다.

한반도에 금방이라도 평화가 올 것처럼 떠들어대던 현 정권이 만들어놓은 한국의 안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북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준 '평화 촌극'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어도 대화만 강조하고 있다. 무능과 거짓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이런 수준의 정권에 자신들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맡겨져 있다는 현실에 불안감을 넘어 모멸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을 믿고 따르게 하는 것은 정직과 신뢰다. 현 정권이 국리민복을 위한다면 지금까지의 거짓 행각을 일소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신뢰를 얻으라. 어려운 환경에서 국민적 고통과 인내가 요구된다면 다 함께 참으면서 땀 흘려 극복하자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라. 그래야 현 정권이 지금까지 시행한 정책들이 나라 전체에 미칠 후유증뿐만 아니라 정권 담당자들이 져야 할 책임도 줄일 수 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나가기에는 정권의 과오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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