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 몰이 못 참겠다"..광복회원들 '회장 사퇴' 요구 전말

신성철 2021. 4.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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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서 '정치 중립' 요구 거세..친일청산 막으려는 소수 목소리라는 반론도
 
광복회에서 김원웅 회장과 몇몇 회원 사이의 갈등은 지난 1월부터 본격화됐습니다. 김 회장이 당시 재임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친일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킨 공로를 인정한다”며 광복회 이름으로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여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검찰 개혁을 놓고 여·야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 그 한복판에서 논란을 자초한 추 전 장관에게 상을 준 건 정치적 중립을 벗어난 처사라는 일부 회원들의 반발이 뒤따랐습니다. 

이렇게 수면 위로 오른 갈등은 3개월 가까이 봉합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광복회가 ‘갈등있는 회원들과 화해했다’고 언론에 발표하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그 당사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일 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 회장이 한 회원에게 멱살을 잡히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 갈등 상황을 두고 “극소수 회원들과 의견차”로 평가절하하면서 “광복회가 지향하는 친일청산의 길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광복회의 한 비수도권 지부 지회장도 최근 세계일보 영상팀과 통화에서 “김 회장이 친일청산을 너무 강력하게 추진하다 보니 보수적인 회원들의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광복회 내분이 이들 말처럼 ‘독립운동가 후손이지만 친일청산에 반대한다’는 일부 회원들의 돌출행동에서 비롯된 것일까. 

세계일보 영상팀이 만난 이들 회원은 자신들을 무작정 ‘친일청산 반대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김 회장의 태도가 갈등을 키웠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김 회장이 추진해왔다는 친일청산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같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도 ‘친일파’ ’토착왜구’ 몰이”

이른바 ‘멱살잡이 사건’ 직후 세계일보 영상팀이 요청한 인터뷰에는 2명의 전·현직 광복회 서울지부 지회장이 응했습니다. 서울지부 소속 지회장 23명 중 15명은 추 전 장관의 수상을 계기로 지난 2월 김 회장의 정치 중립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광복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에 나선 지회장들은 “회원들을 위해 일 해달라는 것”이 김 회장에 대한 요구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가 유공자 단체 회장 본연의 역할을 다하라는 지적인 셈입니다.

임병국 전 중랑구 지회장은 “회장 후보 당시 내걸었던 공약이 대부분 불이행 중”이라며 “회장이 되고 나서 자기 정치에만 바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천명에 달하는 광복회원 중에는 소위 말하는 ‘태극기 부대’도 있고, 좌파도 있고, 중립도 있다”며 “회장이 됐으면 평소 자기 정치성향이 어떻든 그 많은 이들을 아우르면서 중립적으로 광복회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김 회장이 그동안 내부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립유공자 후손인 자신들까지 ‘친일파’로 몰아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한춘경 양천구 지회장은 “(김 회장) 자신과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친일파나 ‘토착왜구’로 매도한다”며 “정작 회장과 면담에서 친일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안을 마련하고 해결할 것인지 물어봐도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지회장들은 김 회장과의 갈등이 2019년 6월 취임 이후 곪아온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에 이들의 주장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 “참을 만큼 참았다” 회원 규합해 '조건없는 사퇴' 요구키로

지회장들은 두달 전 건의서를 제출할 때만 해도 김 회장이 정치 중립을 약속하면 대립을 멈출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오로지 사퇴만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따로 활동하던 ‘광복회 개혁모임’과 손잡고 오는 23일부터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개혁모임은 광복회 운영방식에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전·현직 대의원 등이 구성했는데, 공식 석상에서 김 회장의 멱살을 잡은 회원도 이 소속입니다.

개혁모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체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세계일보 영상팀은 김 회장에게 이들 회원의 주장에 틀린 점은 없는지 물으려 여러 날에 걸쳐 다양한 경로로 연락을 취했지만 반론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글·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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