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 지사 "야간 해루질 강력 단속"..레저인들 반발

문준영 2021. 4. 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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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야간 해루질을 금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레저 목적이라도 어촌계를 위협하는 수산물 채취 행위는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오늘(22일) 제주도의회에서 진행된 도정질의에서 "해루질은 도지사가 금지 조치할 수 있고, 그래서 전국 최초로 (야간 해루질 제한을) 발동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어촌계와 행정에서 애써 종패를 뿌렸는데, 그건 해루질하는 사람들이 잡으라는 게 아니다. 그런 점들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 9일 비어업인이 야간에 마을어장 내에서 수산동식물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어업인의 포획 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야간에 관광객이나 도민이 마을어장에서 보말(고둥)을 한 마리만 잡아도 과태료 100만 원이 처분된다.

이 고시는 애초 상업적 목적으로 무분별한 채취를 일삼는 일부 다이버들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모든 레저인에게 적용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지사는 "단속을 하다 보니 수상레저법과 수산자원관리법에 큰 문제는 없지만 허술한 구석이 있다"며 "그쪽(해루질 다이버)은 서로 인터넷 정보를 주고받으며 빠져나갈 길을 연구하는 것 같다. 관련 제도를 촘촘히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이어 앞으로 제주에서 관광, 레저라는 명목으로 어촌계 생업을 건드는 행위를 역점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 지사의 답변은 제주도의회 조훈배 의원(서귀포시 안덕면)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조 의원은 원 지사에게 "해루질하는 분들이 종패 방류 정보를 (해녀보다) 더 빨리 안다. 어느 시간, 어느 시기에 종패를 뿌렸다고 하면 그걸 알고 잡아가 버린다. 해녀들은 밤새 근무 서고, 해경에 신고하면 법상 규제가 없다고 한다"며 원 지사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조 의원은 "지역 청년회에서 해녀와 함께 방범 근무를 서며 해루질 다이버들과 서로 몸싸움을 하고 있다. 해녀들은 해산물을 뺏기고, 청년회 활동하는 자식들이 그 사람들과 싸워 범법자가 될까 고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탓에 모든 레저 제한 타당한가" 레저인들도 강력 반발

공기통 없이 슈트와 산소배출 도구 등을 이용해 해루질을 하는 다이버들은 이 같은 발언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포획 때문에 전체 레저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제주에서 해루질 동호회 활동을 하는 모 다이버는 "고시를 만들기 전에 행정이 레저인들의 입장도 듣지 않았다. 우리는 어촌계와 대화할 의향이 있는데, 오히려 제주도가 고시를 만들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분별하게 수산물을 잡는 일부 다이버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 깡그리 레저를 못하게 하는 게 과연 행정이 할 일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다이버는 "제주도가 다음 달까지 어촌계와 수중레저활동자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상생의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푸념했다.

이 다이버는 "가장 안타까운 건 일부 다이버들과 건강한 레저인들을 다 같은 도눅놈으로 취급하는 인식"이라며 "결국 단속 기관인 어업 공무원이나 해경만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백 명이 활동하고 있는 해루질 관련 동호회에서는 집단행동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방적인 고시 강행이 만든 갈등…기관들끼리도 삐걱

제주도 고시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고시 내용이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수중레저법 등과 얽혀 있었지만, 해수부와 사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 기관인 해경과도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지역 해양수산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현길호 의원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시가 또 다른 갈등을 증폭시킬 여지가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 의원은 "행정에서 고시를 준수하려면 단속이 따라야 하는데, 해경에 업무가 가중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명확한 규정 마련과 대책을 주문했다.

강성균 의원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를 시킨 다음에 확실하게 법 집행을 해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수년째 이어진 갈등을 이번에는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의원 역시 "고시를 만들기 전에 많은 소통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레저인과 마을주민, 어촌계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행정이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열린 정책협의회에 해경과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은 참여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제주도가 기관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고시를 추진했고, 모호한 규정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만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행정 절차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해경은 제주도 고시와 관련해 해수부의 명확하고 통일된 법령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기존의 수산자원관리법과 수중레저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어업공무원을 통해 현장에서 고시를 적용해 단속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도 혼선이 이어지자 제주도 고시와 관련된 해수부 어업정책과와 수산자원정책과, 해양레저관광과 등에도 고시의 적절성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다음 달 10일까지 어촌계장협의회와 수중레저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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