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은 젊을 때만큼 돌아가지만 안보이던 게 보이고 안 느껴지던 게 느껴집니다"

박성준 2021. 4. 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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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로 활동 안 한 지가 30년도 넘어요. 그런데 제 첫사랑이 피아노였고 아직도 똑같이 피아노를 사랑합니다."

7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했고 1974년 16세 때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피아니스트였던 정명훈은 이후 지휘 무대에 집중하며 좀처럼 피아니스트로서 면모를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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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돌아온 마에스트로 정명훈
피아니스트로서 전국 순회 연주에 나선 지휘자 정명훈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지휘로 표현 못 한마음에 있는 것을 피아노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시스
“피아니스트로 활동 안 한 지가 30년도 넘어요. 그런데 제 첫사랑이 피아노였고 아직도 똑같이 피아노를 사랑합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번엔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선다. 23일 대구를 시작으로 경기 군포(24일), 광주(25일), 수원(27일)을 거쳐 28,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의 ‘세 개의 간주곡’과 ‘네 개의 피아노 소품곡’을 연주한다. 모두 위대한 세 작곡가가 인생 말년에 완성한 피아노곡. 정명훈은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이란 디지털 앨범도 22일 선발매했다. 정명훈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1년간 연주의 90%가 취소됐다. 대신 집에서 조용히 공부할 수 있었고 주로 피아노만 쳤다. 그랬더니 (레코드 프로듀서인) 둘째 아들이 또 앨범을 하나 만들자고 했다”며 이번 앨범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7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했고 1974년 16세 때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피아니스트였던 정명훈은 이후 지휘 무대에 집중하며 좀처럼 피아니스트로서 면모를 드러내지 않았다. 2014년 첫 리사이틀 투어를 가진 정도다. 이후 7년만인 이번 공연에 대해 정명훈은 “지휘자는 소리를 안 낸다. 음악가는 자기의 소리를 내는 게 진짜 음악가인데 제 마음속에 있는 걸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지휘자 정명훈이 22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앨범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발매 및 공연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악가에게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 정명훈은 “나이가 많아지는 걸 좋아한다. 절대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일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손가락이 훨씬 더 잘 돌아갔고, 지금은 생각만큼 손가락이 돌아가지 않는 대신 옛날에는 안보였던 게 많이 보이고 안 느껴졌던 게 느껴져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데…. 음악가는 세 가지가 필요해요. 일단 재능을 갖고 태어나야 하고, 지독히 열심히 해야 하고, 그리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세 가지가 합쳐져야 합니다. 사람이 한번 사는데 될 수 있으면 계속 발전하기를 원하잖아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와이프가 ‘왜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느냐. 그만큼 했으면 되지 않은가’라는데 힘들지만 노력만 갖고는 안돼요. 시간이 흘러가야 하고 다른 경험도 합쳐져야 해요. 설명은 못 하겠지만 그게 음악 표현에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명훈은 다음 작업을 묻자 언젠가는 슈만 환상곡을 부인에게 바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죽을 때까지 ‘사랑’이에요. 그게 제일 중요하고 끝에 나서 남는 게 그겁니다. 사람은 어떻게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지금 피아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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