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행정 과잉에..병설유치원 교사-직원 갈등 '증폭'

박광주 기자 2021. 4. 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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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초등학교에 설치된 병설 유치원에선 초등학교 교장과 행정직원들이 유치원 업무까지 함께 보고 있는데요. 

이런 구조적 문제에다 최근 코로나19로 늘어난 과잉행정이 맞물리면서, 유치원 교사들이 극심한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어서, 갈등은 고스란히 현장의 몫입니다.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일하는 진명선 교사.

한 학급으로만 이뤄진 소규모 유치원인 탓에 아이들 교육에 행정업무까지 모두 진 교사 몫입니다.

학비를 청구하고 정산하는 일만이라도 행정직원이 맡아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한 결과, 학교 비정규직들이 업무를 대신 떠맡게 됐습니다.

인터뷰: 진명선 / 병설유치원 교사

"공무직분들이 받아주셔서 이 업무를 제가 하지 않게 된 겁니다. 구성원들이 바뀌면 또 분쟁이 될 수 있는 미봉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설 유치원 교사 상당수는 이 같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관을 운영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병설 유치원은 따로 관리자가 없고, 소속된 초등학교 교장과 행정직원이 유치원 업무까지 겸임합니다.

이 과정에서,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는 자연스럽게, 유치원 교사들이 다 떠안게 됩니다.

최근 대전지역에서 병설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 85%는 유아 학비를 관리하는 행정업무를 맡고 있었고, 응답자의 절반은 유치원에 배치된 교육공무직 인건비 업무까지 담당한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초등학교와 시설을 나눠 쓰는 특성상, 규모도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원아 수는 물론 교사 수도 적다는 얘긴데, 공문이나 급식 등과 관련된 고정적 행정업무는 그대롭니다.

하지만, 학교처럼 따로 행정실이 있는 것도, 대형 유치원처럼 업무를 분담할 동료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박도현 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유치원위원회

"사람을 채용한다거나 인건비를 계산한다거나, 업무 하나하나 힘들다고 한다기보다 다 합치면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도움을 요청할 곳은 소속된 초등학교의 행정실이지만,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각각 회계를 분리해야 해서 일거리가 2배인데, 겸직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한 달 수당 5만 원 정도에 그칩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 방역 등 행정 수요가 폭증하면서 사정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인터뷰: 김건오 본부장 / 공무원노조 교육청 본부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서 새로운 업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행정실 인원은 기껏 해봤자 한 명에서 많게는 네 명 정도…"

병설 유치원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나서 업무분장이라도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학교장 재량이라면서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대전시교육청 관계자

"(업무분장은) 큰 틀에서 학교장이 재량껏 하고 계신 걸로, 한 학급의 행정실 직원은 한 명 더 이렇게 주면 좋은데 정원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잖아요."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입니다.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만한 환경은 갖춰져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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