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브랜딩 시대"..슬개골 수술 4000번한 수의사가 말하는 재활의 중요성
전문 쇼핑몰 연계 '프리미엄 동물병원' 눈길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최은지 인턴기자 = "반려견 보호자들의 고민 중 하나가 슬개골 탈구예요. 최근엔 노령동물이 늘어나면서 심장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반려동물이 잘 뛰고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보호자들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합니다."
'강아지 슬개골(무릎뼈) 탈구'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수의사 중 1명인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 대표원장의 말이다. 윤 원장은 지난 2005년 강남 한복판인 청담역 인근에 동물병원 문을 열고 16년 동안 슬개골 탈구 수술만 4000번 이상 집도한 전문가다.
그는 슬개골 탈구 수술 뿐 아니라 재활, 심장병 치료는 물론 건강 관리를 위한 온라인몰까지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이 믿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강남 한복판에서 프리미엄 동물병원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윤 원장. 그는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 "동물병원도 브랜딩 시대"…슬개골 탈구·재활 치료 전문
강아지, 고양이가 한 가족으로 자리잡으면서 건강 관리를 위해 동물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제는 단순히 1명의 수의사가 모든 질병을 다 치료하는 병원보다 여러 명의 수의사가 특정 분야에 포진해 있는 전문 병원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이 때문에 '동물병원도 브랜딩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구 청담역 인근에 위치한 24시청담우리동물병원이다. 이곳이 가장 많이 알려진 분야는 강아지 슬개골 진료다. 슬개골은 무릎 부분에 만져지는 동그란 뼈다. 소형견들의 경우 선천적으로 다리가 약해서 가운데 있어야 할 슬개골이 옆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수술 및 재활 등 관리가 필요하다.
윤 원장은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슬개골 탈구가 있어서 관심을 갖다 보니 벌써 16년이 됐다"며 "푸들, 포메라니안, 치와와, 몰티즈, 비숑프리제 등 소형견들이 슬개골 탈구가 많다"고 밝혔다.
강아지의 슬개골이 탈구되면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살짝살짝 들면서 잘 걷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이 이런 것을 잘 모르고 무조건 걷거나 뛰는 것이 좋은 줄 알고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윤 원장은 "동물들은 아파도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에 평소 행동을 잘 지켜보고 관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강아지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우면 아파서 그런 것이니 동물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치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형견의 경우 십자인대 파열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축구선수 중에 십자인대 파열이 많은 이유는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다. 동물도 마찬가지. 무리해서 뛰거나 자주 돌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잦다보면 십자인대가 파열되기 십상이다.
윤 원장은 "강아지들이 잘 뛰긴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뛰면 다리에 무리가 온다"며 "무릎을 안정시켜주기 위해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거나 십자인대 파열을 막기 위해 무릎 보호대를 하는 등 평소 생활습관을 잘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다.
슬개골 탈구 수술을 했다면 이후 관리도 중요하다. 수술을 했다고 해서 또 무리를 하면 병이 재발되기 쉽다. 최근엔 동물들도 물리치료 등을 받으며 재활을 통해 건강 관리를 한다.
재활이 중요해지다 보니 윤 원장은 2년전 미국에 가서 재활치료전문자격(CCRT)을 취득했다. 또 체외충격파, 수중러닝머신, 크라이오세라피 등 사람 재활의학과 수준의 최신기기를 들인 것은 물론 전문 물리치료사도 있다.
윤 원장은 "관절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수술 후 반려견들의 통증 감소와 관절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재활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전문자격을 취득했다"며 "미국에 있는 재활전문의 병원에서 하루에도 100건 가까운 재활치료를 하는 것을 봤다. 우리 병원의 경우 하루 20~30건 정도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수술을 해도 생각만큼 효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통증을 줄이기 위해 재활을 했더니 많이 좋아졌다"며 "많은 보호자들이 이런 것들을 몰라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요즘 많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반려견 중에는 비만견도 꽤 있다. 다리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식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또 미끄러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으로 반려견과 보호자가 오래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노령동물일수록 심장 관리 중요…1년만에 쇼핑몰 정착
청담우리동물병원은 24시 운영하는 응급동물병원이기도 하다. 슬개골 탈구 수술과 재활이 특화돼 있긴 하지만 전문 의료진들이 많아서 심장질환, 노령성 중증질환, 난치성질환, 줄기세포 등과 특수동물까지 진료를 한다.
윤 원장은 "이곳에는 심장전문 박사를 비롯해 내·외과 석·박사 출신 진료진, 10년차 이상의 부원장들급 및 능숙한 수의사들로 구성이 돼 있다"며 "능숙한 수의사들을 비롯해 6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어서 24시간 동안 반려동물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반려동물 심장병의 경우도 겉모습만 보고는 보호자들이 알 수가 없다. 응급으로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가슴의 답답함을 사람처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진행이 된 다음에 기침 소리를 듣고 병원에 올 때는 병세가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다. 심장병은 조기진단이 제일 중요하다. 평소 건강검진을 꾸준히 하면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70%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지난해 문을 연 동물병원 직영 쇼핑몰인 '청담우리몰'도 1년 동안 자리를 잡았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수의사가 추천하는 좋은 제품'이라는 그가 던진 승부수는 성공했다.
윤 원장은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원래 하던 (진료) 분야도 아니었고. 하지만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동물의료 분야에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반려동물의 질병은 다양해지고 보호자들은 앞서가고 있는데 동물병원이 뒤쳐질 수는 없지 않나. 부족한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 많이 찾아보고 계속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청담우리몰을 처음 개설했을 때 동료 수의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이를 극복하고 계속 노력했다.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 유통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수의사가 직접 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에 업체와의 상생도 고려했다. 영양제나 처방식 사료 등 병원에서 검증된 제품만 입점하게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신뢰할 수 있는 쇼핑몰' 이미지를 구축했다.
윤 원장은 "보호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서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수의사들도 유통이나 비대면시대에 커머스적인 플랫폼에 관심을 좀 더 가졌으면 한다"며 "진료가 메인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특히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편리성과 더불어 제대로된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들을 수의사들이 제대로 알려주면 더 좋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미 오픈마켓에 처방 관련 제품들이 너무 많다. 이런 것들이 결국 수의사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수의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동물 시장은 매년 15%씩 성장한다고 한다. 동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수의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면 신뢰도 있는 직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윤 원장이 보호자들을 위해 도입을 준비 중인 것이 펫택시와의 제휴다. 병원을 오고 가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이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강아지, 고양이를 혼자 병원에 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직까지 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펫택시다.
윤 원장은 "동물들이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안전한 차량이용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 자가용을 이용할 수는 없어서 요즘은 이동 플랫폼도 부상하고 있다"며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검증된 기업과 이동서비스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진행 중이다. 전문가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이동서비스는 운전자의 자격증 소지가 가장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동물병원도 유통 및 플랫폼을 잘 알고 활용해야 동물병원의 양적,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보호자들은 알 수가 없어요. 동물병원들이 시대에 발맞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호자들도 알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해야 합니다. 동물들을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수의사들의 사명이니까요."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를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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