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오스카 시상식, 극장시대 유물 되나?

김기현 2021. 4. 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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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헐리우드는 세계 최대 영화 시장입니다.

이 때문에 오스카 혹은 아카데미상은 해마다 세계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는 시금석 역할을 해왔는 데요.

현지 시간 25일 열리는 올해 오스카상 시상식은 역대 최저 흥행을 기록할 거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배경, 짚어보겠습니다.

김기현 특파원, 올해 오스카 시상식 흥행이 실패할 거란 징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죠?

[기자]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의 양대 산맥이죠.

올해 2월 말에 헐리우드 외신기자 협회가 주관한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NBC에서 독점 중계를 했는데, 6백 9십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지난해 천8백여 만 명이 시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3%나 줄어든 수칩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오스카상 시상식 독점 중계를 준비중인 미국 ABC 방송은 30초 짜리 광고 단가를 지난해보다 13% 가량 낮춘 2백만 달러에 판매중인 데 지난해 광고를 했던 기업들 가운데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재구매에 나선 반면, 초콜렛 브랜드 페레로 로셰 같은 경우 이마저도 거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앵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무엇보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봐야하겠죠?

[기자]

네, 전통적으로 영화관을 찾아 대형 화면을 통해 관람하는 소비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된 영향이 가장 커 보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부분 극장이 폐쇄된 상황이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을 줄어들게 만들었다는 건 데요.

전문가 분석 들어보시겠습니다.

[피터 데뷰지/영화 평론가/버라이어티 : "올해는 시청률이 대폭 떨어진 해가 될 겁니다. 왜냐고요? 아무도 후보작들을 관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해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앵커]

방금 들은 전문가 분석 대로 극장 대신, 이른바 플랫폼 사업자로 불리는 인터넷 망을 통한 영화 소비가 두드러졌는 데, 이번 시상식에 오른 후보작들만 봐도 이런 추세가 확연하죠?

[기자]

네,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의 부상이 두드러집니다.

올해 오스카 상 10개 부분 후보로 선정된 영화 '맹크'를 비롯해 역대 최다인 3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는 데요.

영화관이 장기간 문을 닫아 건 상황에서 배급망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유력한 콘텐츠 생산 기지로 자리를 잡게됐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갑니다.

학자들 사이에선 과거 헐리우드와 역사적 단절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나단 쿤츠/헐리우드 역사학자 : "헐리우드가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다른 모든 후보자들을 합친 것 만큼 수상 후보작을 냈습니다. 전혀 다른 세계죠."]

전문가들은 이 처럼 새로운 영화산업의 모델이 올해 오스카상 시상식의 흥행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는 판단입니다.

즉, 전통적인 의미에서 대형 흥행작이 나오지 않는 상황은 시상식에 대한 관심을 낮췄는 데, 여기에는 배급망을 새롭게 구축한 신흥 강자들의 제작 전략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앵커]

헐리우드 주류 영화계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기자]

대표적인 예가 백인 주류사회 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2015년 시작돼 여전히 진행중인 오스카상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하는 캠페인이 올해도 영향을 끼칠 거란 얘깁니다.

[닉 노비키/배우 : "There's been a shift to have more inclusive content outside of the disability community, you know, in gender equality and, you know, Black Lives Matter. You know, that there's been just a lot of movement for more accurate depictions."]

여기에 젊은 층 시청 습관과 달리 3시간 이상 계속되는 긴 시상식 방송 시간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라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불가능해 진 제작 환경 역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오스카 시상식이 극장시대 유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주최측에서는 큰 부담이 될 거 같은 데... 어떤 대응책을 내놓고 있나요?

[기자]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화상 연결 위주였던 시상 방식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오스카상 시상식장이었던 돌비 극장 외에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역을 활용하고 유럽 지역 출연자들을 위해선 런던과 파리에 특설 무대도 마련한다는 겁니다.

특정 진행자 없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 같은 체험이 될 거라는 시상식 제작진의 설명도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제시 콜린스/오스카 시상식 프로듀서 : "즐길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코로나19가 허술한 작품의 핑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완전히 다른 뭔가를 만들 기회로 봅니다."]

오스카상 시상식은 1998년 영화 '타이타닉'이 작품상을 수상할 당시 5천6백만 명이 지켜봤고 시상식 전체로 봤을 때는 블록버스터 3부작 '반지의 제왕' 마지막 편이었던 '왕의 귀환'이 작품상을 받았던 2004년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시상식 흥행 성적은 다음주 초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기현 기자 (kim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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