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젊고 빨라져..반도체 원자재 환율, 지금이 성패 갈림길"
1분기엔 깜짝실적 거뒀지만
경쟁 심화될 2분기 진검승부
코로나 재확산까지 위험요인
◆ 새 도전 직면한 현대차 ◆
"1분기 실적에 안주할 수는 없다. 변수가 많은 2분기에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표이사는 오히려 더 긴장하고 있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간 경쟁이 2분기 이후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57)을 지난 21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서 열린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언론 공개 현장에서 만났다.
장 사장은 "시장의 전망과 유사하게 현대차가 1분기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반도체 등 차량 부품 수급 위기, 원자재값 상승, 환율, 코로나19 재확산 등 2분기부터는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싸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 위기에 대해 "지난 1분기 글로벌 차량 생산 차질 대수가 적게는 90만대, 많게는 100만대에 이르렀는데 이 위기가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갈지도 모른다"며 "그 같은 상황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근본 역량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 전반이 새겨들을 만한 경제 인식이다.
장 사장은 "탄탄한 상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애자일(agile·영민한) 움직임을 잘 보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대차는 이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고객과 품질경영을 가장 우선시할 가치로 뽑았다.
그는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뚝심 있게 사업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바로 '현대차 DNA' "라며 "그 가운데에는 항상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22일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 27조3909억원과 영업이익 1조65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91.8% 증가한 실적이다.
1분기 최대 매출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분기엔 깜짝실적 거뒀지만
경쟁 심화될 2분기 진검승부
코로나 재확산까지 위험요인
노사문화 예전과 많이 달라져
노조, 품질 관심·이해도 깊어
기업 ESG경영 중요성 더 부각
제도적 뒷받침 꼭 이뤄졌으면
MZ직원 맞춤형 평가도 연구중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이 예상되는 현대자동차의 변화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전용 플랫폼(E-GMP)에서 생산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출시되는가 하면 중국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전격 진출시켰다. 새로 시장에 내놓는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뿐 아니라 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발 빠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른 지 4개월이 지난 장재훈 사장이 지난 21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서 열린 아이오닉5 언론 시승 행사장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현대차 변화와 과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1분기에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 시점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녹록지 않은 2분기 이후 경영 환경에 맞춰져 있었다. 장 사장은 "시장의 전망과 유사하게 현대차가 1분기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반도체 등 차량 부품 수급 위기, 원자재값 상승, 환율, 코로나19 재확산 등 2분기부터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싸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 위기에 대해 "지난 1분기 글로벌 차량 생산 차질 대수가 적게는 90만대, 많게는 100만대에 이르렀는데 이 위기가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갈지도 모른다"며 "그 같은 상황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근본 역량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 전반이 새겨들을 만한 경제 인식이다.
장 사장은 "올해 초 고급 차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약진하며 상품 라인업 자체가 탄탄히 돌아갔다"며 "하지만 반도체 위기와 환율, 코로나19 등으로 2분기부터는 험로가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 상품경쟁력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잘 관리해 얼마나 발 빠르고 애자일(agile·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애자일 전략은 결국 얼마나 준비가 잘돼 있느냐를 의미하는데, 이 점에서 현대차는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2분기 이후 세계 완성차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장 사장은 "코로나19에서 반도체 위기가 촉발된 것처럼 전염병 상황이 계속되는 한 언제 또 다른 문제가 암초처럼 튀어나올지 모른다"며 "그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는 새로운 기준과 전략을 갖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촉발 후 나라별·지역별 경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현지화 전략을 어떻게 펼칠 것이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분명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지만 이걸 통해 빨리 변하는 힘은 얻는 것 같다"고도 했다.
현대차는 최근 임원 구성이나 조직 문화 등이 젊고 빨라졌다.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친 장 사장은 이 과정에서 고객과 직원을 늘 강조해왔다. 그는 "모든 걸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발전의 속도가 빨라진다"며 "VOC(Voice of Customer) 체제 중심으로 조직을 바꿔 혁신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내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보고와 회의 문화를 바꾸는 일에 주력하고자 한다. 그게 바뀌어야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에서 촉발한 성과급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장 사장은 "이들 세대는 분명 기성세대와 다르다. 과거엔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개인의 성장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말한다"며 "성과급 등 보상은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체계 아래 나오는 만큼 여러 부서가 연계된 현대차 조직 특성상 그 같은 평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내면서 복장 자율화, 직급 통합·단순화, 평가제도 개선, 상시채용 도입, 스마트 오피스 구축 등 조직 변화를 위해 힘썼다. 직원과 최고경영자 간 타운홀 미팅도 제안하며 사내에서 격의 없는 소통을 이뤄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고객과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사장은 "과거 현대차는 도전과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했지만 지금은 고객 관점에서 품질경영이 우선"이라며 "비단 제품 품질뿐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느냐는, 이른바 '생각하는 품질'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과 다른 생각으로 품질을 높여야만 위기도 뚫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장 사장은 최근 크게 달라진 현대차 노사 문화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노사 문제에 관해선 앞으로도 기대하는 점이 많다"며 "지금은 노조도 제품 품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예전보다 더욱 깊어져 노사 상생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장 사장은 "앞으로 ESG 경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고 당연히 한국에서도 외면받는다"며 "현대차뿐 아니라 계열사와 협력사 등 공급이 모두 합심해서 이뤄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업에 탄소 중립과 사회적 경영 같은 책임을 부여한 만큼 기업 스스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 역시 필요하다"며 "각종 규제를 해소해 기업이 (사회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전동화에 최적화된 차량 출시를 위해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 사장은 "전동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용 플랫폼을 도입한 기업은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정도"라며 "차 특성과 고객 수요에 맞춘 다양한 성능의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인 로보틱스는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장 사장은 "물류, 배송 분야 로봇 시장에서 현대차가 혁신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 시장에 진출한 제네시스는 장 사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분야다. 그는 "제네시스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현대차 전체 브랜드의 제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앞으로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전동화와 고급화, 수소경제라는 세 개 키워드를 발판 삼아 그간 부진했던 현지 실적을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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