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올림픽에서 인종차별 항의로 무릎 꿇으면 징계"
[경향신문]
차기 올림픽에서도 참가 선수들이 인종차별 등 인권침해에 항의해 무릎을 꿇거나 주먹을 치켜드는 행동을 할 경우 징계를 받게될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참가 선수들의 정치적 의견 개진을 금하는 ‘룰 50’을 이사회 만장일치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림픽헌장 50조 2항은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에서는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종교·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선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도쿄올림픽 시상대에서 선수가 무릎을 꿇는 등의 행동을 할 경우 처벌받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짐바브웨 출신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코번트리 위원장은 “나는 내가 하는 경쟁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고 말했다.
‘올림픽의 중립성’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IOC는 그간 ‘룰 50’의 개정 여부를 검토해왔다. 최근 스포츠계에서도 인종차별 등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선수였던 콜린 캐퍼닉이 백인 경찰의 흑인 폭행 등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전 한쪽 무릎을 꿇는 시위를 시작한 이래,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무릎 꿇기’ 시위에 참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NFL 구단주들에게 시위에 동참하는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운동선수들의 항의 시위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NFL 사무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무릎 꿇기 시위를 금지하기도 했지만, ‘정치적인 선전’과 ‘사회 정의에 대한 지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판단에 지난해 다시 평화 시위를 허용했다.
이에 IOC는 지난해 6월부터 당사자인 선수들에게 ‘룰 50’의 개정 여부를 물었다. 185개국의 선수 354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경기장이나 공식 행사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7%는 시상대에서의 항의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응답자의 48%는 올림픽 개막 식순에 포함된 ‘차별에 대항한 연대의 순간’ 등의 행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치적 견해 표명을 금지하는 IOC의 일관된 방침에도 불구하고 몇몇 선수들은 주목도가 높은 올림픽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200m 종목에서 각각 금·동메달을 딴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대에서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주먹을 치켜올렸다. IOC는 룰 50을 근거로 향후 이들의 올림픽 활동을 정지시켰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한국 축구선수 박종우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들었다가 출장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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