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민 카카오 엔씨에 판검사 법조인 몰린다
김범석과 찰떡궁합..실세 부상
지배구조·노동·공정거래 등
복잡한 이슈 날카로운 해법 제시
배민 부회장에 김상헌 합류
네이버대표 8년간 맡은 판사출신
공정위 소송 승소 이끌어내
대외 주요결정 자문역할 할듯
플랫폼 기업 중 법조계 인사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쿠팡이 꼽힌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김앤장 소속 변호사 강한승 대표를 경영관리 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강 사장은 최근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대박 흥행을 낸 주역으로 떠올랐다. 또 지배구조, 노동, 공정거래 이슈 등 쿠팡 안팎의 머리 아픈 이슈를 차분하게 정리해나가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도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경영 전반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른바 '찐'사장으로, 쿠팡의 실세 경영인으로 발돋움한 셈이다.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계에서 일을 시작한 강 대표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견 법관,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등을 거쳐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면서 실무 경험을 폭넓게 키웠다. 김앤장 재직 당시에는 기업형사 소송을 주로 대리하면서 기업 경영의 전문성도 끌어올렸다.
22일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판사 출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달 초부터 우아한형제들에서 일하고 있다. 2017년부터 우아한형제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김 부회장은 지난달 2일 회사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합병된 이후 사외이사에서 해촉되면서 자연스럽게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오랜 기간 사외이사를 하면서 경영상 조언을 하며 함께해왔다"며 "직접적인 경영 활동보다 주로 자문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 법과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19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2003년부터 LG그룹 법무팀 부사장을 맡으며 재계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 NHN으로 이직한 뒤 2009년부터 8년 동안 네이버에서 대표를 지냈다. 김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기간에 네이버는 PC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서비스 전환을 진행하고 라인 상장을 통한 해외 사업 모델 확장 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법조인 출신으로 대관·규제 대응에 전문성이 있는 김 부회장이 공정위 이슈와 소상공인 관련 사업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이 네이버에 재직했던 시기인 2008년 네이버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가 네이버를 포털 분야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한 것을 대법원에서 뒤집은 것이다. 2014년에는 네이버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을 만드는 등 소상공인 관련 사업 경험도 많아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진 우아한형제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부회장을 사내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우아한형제들 경영상 중요한 결정이나 대외 관계에 대한 자문을 맡을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봉진 의장은 DH와 세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의 이사회 의장과 집행이사를 맡아 싱가포르 현지에 체류하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국내 사업은 김범준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로 경영을 맡아 총괄하는 체제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며 김 부회장은 중대한 결정과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고법 판사를 지낸 함윤식 전 김앤장 변호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함 부사장은 신설된 고객중심경영부문장(CRO)을 맡아 대관, 법무, 홍보, 사회공헌, 고객관리 등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의 인공지능(AI)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는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 출신인 강성 변호사가 수석 부사장으로 있으며,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도 김앤장 출신 변호사를 지낸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IT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다수 발생할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법률 전문가 영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범위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 만큼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국제법에 통용한 법조인 채용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대의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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