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줄게 미국 백신 다오?..전문가들 "이게 웬 판타지소설"
전문가들 "판타지소설" 일축
◆ 백신수급 비상 ◆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백신-반도체 빅딜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 반도체를 미국 화이자 등 백신과 맞바꾸자는 주장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과 의료계가 말하는 백신-반도체 빅딜론 줄거리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거나, 미국 산업계가 원하는 반도체 제품을 한국 기업이 우선 공급하면서 미국산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검토 중인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 계획은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에 내밀 수 있는 최상의 카드로 정치권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빅딜론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 공급망 참여, 미국에 대한 반도체 우선 공급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반도체는 백신과 달리 민간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 파는 제품"이라며 "한국이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료·기술을 미국에 주고 대가로 백신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정치권이 얘기하는 반도체와의 빅딜은 판타지 소설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산업계가 현재 가장 목마른 반도체 부품을 국내에서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한국이 생산하는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반도체가 대부분이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점유율은 없다시피 하다.
반도체 업계도 정치권의 빅딜론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기업 간 거래(B2B)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반도체 기업들은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들과 면밀히 협업하며 요구 성능에 맞는 제품을 기획·제조한다. 완성차 제조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기존에 쓰던 부품 대신 한국 기업의 반도체 제품으로 갑자기 바꾸는 일도 불가능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본부장은 "반도체와 다른 물자를 맞바꾸는 전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물교환에 가까운 주장이라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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