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잘나가자..'내부자들' 자사주 팔고 나간다
작년 제약업계 임원 5억弗 팔아
대부분 주가 마이너스 전환
지난해 말 이후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달리면서 기업 내부자 매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빠르게 불어나는 이른바 '빚투(빚 내서 투자하기)'와 맞물린 탓에 조정 국면이 되면 일반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20일(현지시간) 증시 데이터업체 센티멘트트레이더가 미국 금융산업 규제당국(FINRA) 데이터를 인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유통 주식을 기준으로 기업 내부자들의 매도 대 매수 비율이 143대1을 기록했다. 수치는 2006년 이후 가장 높다.
올해 기업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수하기보다는 매도를 두드러지게 많이 한 데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제이슨 괴퍼트 연구원은 "상승장에서 매도 대 매수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약세장에서 매수 대 매도 비율이 올라가는 것보다는 좋은 현상이지만 상황을 중립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 바 증시 버블(거품) 우려와 빚투 분위기를 감안하면, 특히나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내다 파는 것을 일반투자자들이 매수해주는 현상은 나중에 투자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거품 측면에서 보면 올해 들어 미국 경제 회복 기대감 속에 뉴욕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해당 기간에 11% 이상 올랐다. 이른바 주식 빚투를 보면 올해 3월 뉴욕 증시에서는 유통 주식을 기준으로 마진 부채 비율이 72%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70% 선을 넘은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빚투 증가세는 S&P500 상승세의 1.2배로, 최근 35년 새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과 '모기지론 버블' 무렵인 2007년에도 올해 3월처럼 S&P500 지수보다 1.2배 앞서 달린 적은 없었다. 다만 괴퍼트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주식시장 탐욕지수가 급등해 1000을 오가면서 2018년 초반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상황"이라면서 "탐욕지수가 최고조를 향하던 2020년 초반 결국 증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S&P500 지수가 34%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뉴욕 증시에서 내부자 매도가 두드러지는 기업들은 제약 부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모더나와 화이자, 머크, 노바백스 등 제약업체 13곳 임원들이 백신 개발 도중 긍정적인 중간발표가 나오기를 전후해 수차례에 걸쳐 자사주 4억9600만달러(약 548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이는 업체들의 2019년 내부자 매도 수준(1억3200만달러)보다 4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매도 물량도 2019년 470만주에서 지난해 850만주로 2배 정도 늘었다. 올해 수익률만 보면 모더나가 50% 이상, 화이자가 7% 넘게 오른 점을 제외하고 머크와 노바백스 등은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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