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핑계로..교원평가 거부하는 교사들

고민서 2021. 4.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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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올해 재개 가닥
교사 동료간 평가 안하기로
학부모 만족도 조사로 절충
평가 추진에 교원단체 반발
"학생교육·방역에 차질우려"
교육부 "의견 수렴해 보완"
교육부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유예했던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올해 재개하기로 했다. 교원평가에 대한 교원단체들 반발이 거센 만큼 교육부는 평가 항목 가운데 교원끼리 하는 평가는 생략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만족도 조사만 진행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22일 제2차 학교일상회복지원단회의를 통해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개선 추진 내용과 2021학년도 평가 실시 계획을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목표로, 평가를 통해 수업과 학생 지도를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교직 풍토를 조성하고자 2010년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평가는 매년 9~11월 사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장·교감·교사를 대상으로 하며, 학생(초4~고3)·학부모(초1~고3) 만족도 조사와 동료교원 평가 등 3개 평가로 구성된다. 학교급이나 지역별 학교 단위에 따라 평가 문항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표 자체는 공통적으로 교사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측면에 중점을 두고, 교장·교감은 학교 경영 평가로 이뤄진다.

교육부는 올해 교원평가와 관련해 코로나19 특수성을 반영한 예시 평가 문항을 마련한 다음, 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동료교원 평가는 교원의 평가 부담을 고려해 올해도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는 학부모 단체 의견과 "평가를 이참에 폐지해야 한다"는 교원단체 입장 사이에서 나온 교육부의 타협안인 셈이다.

교육부는 또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서술형 답변 내 부적절한 답변은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선 교육 현장에선 교원평가를 익명으로 하다 보니 종종 욕설에 가까운 인격 모독이나 원색적인 표현이 포함된 문구로 인해 교권 침해를 호소하는 교사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원평가 내 서술형 항목이 합법적인 악플로 변질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술형 평가 내용상 필터링이 필요한 부분은 교사에게 전달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교육부는 평가 이후 올해 한시적으로 능력개발계획서 작성을 면제하는 한편, 평가 결과를 활용한 맞춤형 연수를 의무가 아닌 자율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완화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학교 현장은 등교가 확대됐으나 여전히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병행되고 있고, 평가를 위한 공개 수업이나 학부모 참관, 평소 학생 상담과 생활지도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관성적으로 교원평가를 시행한다면 평가자에게 부실한 평가자료가 제공되고, 참여율 또한 저조해 평가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평가의 실효성과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교육부 발표대로 평가 방법을 개선해 실시하더라도 객관성과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단순 선호도 조사로 전락한 교원평가는 모든 역량을 다해 고군분투하는 교원의 업무 부담만 가중하고 사기는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중으로 교육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한 교원평가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올해처럼 동료교원 평가를 폐지하고 의무사항이던 교원별 연수를 자율사항으로 바꾸는 내용 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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